윤일병폭행사망사건을 현장검증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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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국방부가 13일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를 통해 20개 과제로 구성된 '병영문화 혁신안'을 제시했지만, 오랫동안 누적된 병영 내 악·폐습을 근본적으로 근절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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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신병영문화 창달 추진계획'(2000년), '병영생활 행동강령'(2003년), '선진병영문화 비전'(2005년), '병영문화 개선운동'(2011년) 등 군내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내놓았지만 무용지물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국방부가 이날 제시한 병영문화 혁신안도 과거의 대책과 유사한 '백화점식' 처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과거 군내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발표된 병영문화 개선대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재탕·삼탕' 정책도 일부 포함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방부의 병영혁신안은 ▲장병 기본권 제고를 위한 군인복무기본법 제정 ▲구타 및 가혹행위 관련 신고 포상제도 도입 ▲현역 입영대상자 판정기준 강화 ▲현역복무 부적합자 조기 전역 ▲일반전초(GOP) 부대 근무병사 면회제도 신설 등 20개 단기 및 중장기 과제가 포함돼 있다.

국방부가 제정 의지를 밝힌 군인복무기본법은 장병의 권리침해 구제방안과 함께 종교생활 및 진료 보장, 사적 제재금지, 병 상호 간 명령·지시·간섭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군인복무기본법은 2005년 육군훈련소 인분(人糞) 사건 때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10년째 제자리걸음인 법안이다. 특히 계급사회에서 병사 상호 간에 명령이나 지시를 금지시키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일지도 의문이다.


사병 인권보장을 위해 장병주도의 언어 순화 붐을 조성하겠다는 대책도 나왔다. 언어폭력을 막기 위해 장병 주도의 '정감어린 인사말 나누기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폭언·욕설에 대한 처벌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2012년 '병영문화 선진화 추진계획'이 나왔을 때 '군인다운 언어사용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에서 단어만 조금 바꿨을 뿐이다.


군은 병영환경 조성을 위해 수용개념의 병영시설을 생활공간으로 전환하겠다고도 했다. 이 방안은 2005년에 통제형에서 자율형 내무생활로 개선하겠다고 내놓은 계획과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이 밖에 군은 구타 및 가혹행위 방지를 위해 제3자에 의한 신고 포상제도(군파라치)를 도입하고,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과 보복을 막는 제도적 장치도 강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내부고발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많다. 비밀 보장이 되지 않아 신고자가 보복을 당하기 쉽고 군이 제대로 조처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해 발표한 '군 인권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군 내부에서 신고자를 색출하기 위해 필적 감정을 하거나 소원수리함을 간부가 아니라 아예 일반 병사들이 관리하는 경우가 여럿 확인됐다.


또 임 소장이 병사 305명을 대상으로 '소원수리 제도가 어느 정도 비밀을 보장하느냐'고 물었더니 10명 중 7명(68.2%)이 '보통 이하'라고 답해 상당한 불신을 드러냈다. 병사 10명 중 6명(58.7%)은 소원수리 제도를 이용하지 않으며, 그 이유는 '해 봤자 개선이 안 돼서'(46.9%), '비밀 유지가 부실해서'(26.6%), '불이익이 우려돼서'(21.4%) 등이었다.


국방부는 피해 병사가 인터넷을 통해 장병, 부모, 친구 등에게 인권침해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국방 통합 인권 사이버시스템'을 구축하고, 병사와 간부, 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된 '인권모니터단'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군은 징병검사 단계부터 현역 복무에 부적합한 자원을 걸러내고 입대 후 적응장애를 겪는 병사를 조기에 전역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병무청은 징병검사 때 정확한 정신과 질환 검사를 위해 종합심리검사를 도입하고 정신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사를 단계적으로 증원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사·여단급 비전캠프 입소→군단 그린캠프 입소→사·여단급 조사위 →군단급 전역심사위' 등 현재 4단계인 현역복무 부적합자 처리절차를 군단 그린캠프와 군단 전역심사위로 간소화해 처리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GOP부대 근무 병사의 단절감 해소를 위해 부모가 2주 전에 신청하면 면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조기 구축 ▲GP·GOP 소대장 장기·복무연장희망자 위주 보직 ▲GOP 중대급에 응급구조사 배치 확대 ▲안전시각지대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 ▲응급환자 후송헬기 UH-60 3대→수리온 6대로 확대 등도 이번 국방부가 마련한 병영문화 혁신안에 포함됐다.


또 군은 국회가 임명한 옴부즈맨이 인권 감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외부에서 군을 감시하는 방안으로 국회가 임명한 옴부즈맨이 독립적으로 군의 인권 감시 활동을 하는 독일식 '군 옴부즈맨 제도(국방감독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옴부즈맨의 권한이 막강하고 유사한 기능으로 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의 군사소위원회가 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국가인권위원회가 제기한 군 인권침해 사건 중 75%를 각하 처리한 점을 볼 때 이중, 삼중으로 감시망을 둬도 부족한 형편이다.


김광식 국방연구원 행동과학연구실 연구실장은 "옴부즈맨 제도는 역사적으로 실험해 봤던 여러 제도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며 "독일식 제도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한다면 그 구성을 군 출신이나 군 가족인 민간인, 과거 내부 고발자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군 내부 실정을 잘 알고 인권침해를 경험한 인물이 포함돼야 실효성 있는 처방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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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우선 추진할 수 있는 병영문화 혁신안을 발표한 것"이라며 "앞으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병영 내 악·폐습을 해소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심대평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는 야전부대 현장 방문과 공청회, 세미나 개최 등을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오는 12월에 '병영문화 혁신안'을 채택할 계획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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