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15는 동북아 3개국에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한국은 일제치하에서 벗어난 광복절로 기념하고 있고, 일본에겐 패전 기념일이다. 중국은 이보단 다소 늦은 9월3일을 항일 승전기념일로 삼아 기념해오고 있다. 그래도 모두 1945년 8월15일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항복선언을 같은 뿌리로 삼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벨기에선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각국의 정상들과 왕족은 물론 당시 전쟁을 일으켰던 독일의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도 함께 연단에 올랐다. 각국 정상들은 모두 한결같이 "100년 전 잘못을 되풀이해 전쟁이 일어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중의 백미는 영국을 대표한 윌리엄 왕세손의 연설이었다. 그는 연단과 시민들을 향해 "우리는 지난 세기에 한번 이상 적(敵)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친구이자 동맹입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전범국이었던 독일도 다른 나라와 다름없이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협력해나가야 한다는 용서와 포용의 메시지인 셈이다.
한중일 8ㆍ15 공동 기념행사가 실제로 열리고 다른 피해국가들이 일본을 '친구이자 동지'라고 불러줄 수 있어야 정상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 일본의 역사 역주행 속에 갈수록 거칠어지고 위험해지는 동북아의 주변 정세를 보면서 하루 속히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그저 바람일 뿐이지만.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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