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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이순신의 눈물'을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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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의 전반부에서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조선군과 일본군 양 진영의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일본군은 일사불란하며 위압적이었지만 조선 수군은 오합지졸에 전투 의욕도 없는 듯했다. 후반부의 극적 반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제 이상으로 과장된 설정인 듯도 하지만 나는 거기에서 전쟁이니 살상이니 하는 일에 우리 민족은 그리 능하지 않은 이들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우리 민족에게 '상무(尙武)'는 남을 짓밟고 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홍익인간의 인본정신으로 학문과 예술을 꽃피웠던 것처럼 우리 민족은 무(武)를 문(文)으로 제어했다. 아니 '무' 자체가 문과 한 몸이었다. '무(武)'는 무력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창(戈)을 거두는(止) 법을 아는 것, 무력을 쓰되 삼가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었다.
우리 역사의 뛰어난 장수들은 무(武)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했던 이들이다. 이순신 장군이 학문을 닦았던 선비의 집안이었듯 절묘한 한시로 수나라 장군 우중문을 조롱한 을지문덕이 그랬으며 강감찬과 김종서가 또 그랬다.

'명량'에서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그 같은 '참 무인' 이순신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는 "내가 지은 죄를 어떻게 다 갚을 것인가"라고 자책했다. 그건 죽어간 자기 진영 병사들에 대한 연민이며, 부하들을 살상의 업을 짓게 내몰아야 하는 장수로서의 회한이었다. 어쩌면 그 자책은 자신에 의해 수장된 일본의 병사들에게도 또한 미치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그는 정유재란 마지막 싸움인 노량해전에서 자신의 죄업을 씻듯 자살을 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이렇게 회한이 많았고 눈물이 많았다. 그러나 눈물이 있었기에 그는 강했다. 연민이 있었기에 그는 불굴이었다.
요즘 군에서 벌어진 참혹한 일들을 보면서 우리 군의 지휘관들에게는 군인은 무엇이고 무인은 무엇일까를 생각게 된다. 아마도 많은 군인들이 이순신을 존경하고 따르려 할 것이다. 이순신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겠지만 이순신의 눈물을 또한 배우기 바란다. 자신이 부리는 사람에 대한 연민, 젊은이들을 부하로 부리는 일에 대한 두려움을 배우기 바란다.

진짜 무인, 진짜 지휘관의 길은 지금도 우리 군에 많이 남아 있는 군국주의 일본군대의 호전성과 절대복종주의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순신의 눈물을 보며 배우기 바란다. 거기에 우리 군이 진짜 강군이 되는 길이 있을 듯하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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