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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 강한 여성' 박영선의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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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비상대책기구인 국민공감혁신위원회의 박영선 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상대책기구인 국민공감혁신위원회의 박영선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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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때부터 한번 물면 끝장 보는 '불독' 스타일
정동영 제의로 정계 입문, 박지원 조력으로 3선 의원 성장
청문회선 낙마왕, 경제계에선 저격수 별명
야당 갈등 봉합 우려 속 강한 리더십 기대…고집불통 이미지는 스스로 풀 숙제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야성이 강한 여성' 박영선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그는 지난 4일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되면서 '벼랑 끝에 놓인 야당을 구출하라'는 숙명을 떠안았다. 당의 입장에선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그는 이미 원내대표를 맡고 있었지만, 당 대표(비상대책위원장)는 확연히 다른 정치적 무게감이 있다. "야당 대표가 되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고사를 했지만 당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다음날 당 비대위 명칭을 '국민공감혁신위원회'로 바꿨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 데 이어 7·30 재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참패한 것은 국민과 공감하지 못했다는 자성이 묻어난다. 뼈를 깎는 혁신에 나서겠다는 각오도 담겼다.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그가 내 건 '새로운 야당을 만들겠습니다'라는 포스터 문구를 이제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박 위원장이 갈 길은 멀다. 우선 당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어떤 야당으로 변해야 할 지 당 안팎의 의견을 듣고 새 판을 짜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당·정부와의 관계에서도 유연하면서도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거질 계파 간 갈등과 다양한 당내 불협화음을 조율하는 일은 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될 전망이다. 어느 때에는 강하게, 어느 때에는 약하게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었다를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 제1야당 지도자로서의 정치력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 위원장 스스로 변신해야 한다. 기존의 강경·강성 이미지만으로 접근해서는 산적한 난제를 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그의 고집은 정치권에서 유명하다.

18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사위 야당 간사를 맡았을 때다.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계열사 소유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었다. 박 위원장은 법이 통과되면 SK그룹 등 특정 대기업이 혜택을 누린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무산시켰다.

19대 국회에서는 첫 여성 법사위원장을 맡아 외국인투자촉진법 통과를 끝까지 반대해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조차 혀를 내둘렀다. 삼성과도 사사건건 각을 세우면서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이재화 변호사는 "본질을 꿰뚫어보는 예리한 시각과 한 번 잡았다 하면 끝장을 보는 승부근성을 가진 그녀는 변호사 자격이 없는 만주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법사위원 중 검찰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회의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박영선 포비아(공포증)'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 위원장의 일방통행식 법안 저지 활동에 불만을 품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상대책기구인 국민공감혁신위원회의 박영선 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상대책기구인 국민공감혁신위원회의 박영선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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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청문회 스타'로도 유명하다. 이명박 정권 시절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김태호 총리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 등을 연이어 낙마시키면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함께 '낙마왕(王)'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 언론계 중진은 "박영선한테 걸리면 죽는다는 말이 돌 정도로 기자시절부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었다"면서 "야당 지지자는 청문회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청문회 때마다 '막말' 논란을 불러온 박 위원장의 언행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평생을 쌓아 온 원칙주의자이자 강성 이미지는 그에게 동전의 양면이다. 때론 '지나친' 원칙주의자라는 수식어도 뒤따른다.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고집불통"이라는 지적은 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정치를 하는 데 있어, 특히 입법 활동은 집권여당과의 협상력이 생명인데 한 치 물러섬이 없을 땐 당혹스럽다"고 했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의원은 "타협이 없고 소통이 안 되는 사람으로 통한다"고 전했다.

연이은 선거 패배 후 당이 구심점을 잃은 상황에서 박 위원장의 강한 리더십에 기대를 거는 눈도 있다. 또 다른 여당 의원은 "강한 야성을 기반으로 한 추진력을 보면 위기에 빠진 야당이 제대로 혁신하는 데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녕 출신의 박 위원장은 1982년 MBC에 입사해 보도국 기자와 앵커를 지낸 정통 언론인 출신 정치가다. 기자 시절엔 MBC 최초 여성 LA 특파원과 경제부 부장으로 발탁됐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초 MBC 선배인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제의로 그는 고민 끝에 대변인으로 정치계에 발을 들였다.

짧고 간결한 대변인 논평을 시도해 반향을 일으킨 그 해 열린우리당은 과반 이상 의석수를 차지했다. 선거 이후 사석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변인 잘 뽑아서 몇 석은 더 건진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는 입당 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리곤 18~19대 서울 구로을(乙)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박 위원장을 정계로 끌어들인 건 정동영 고문이지만 기자에서 정치가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조력자 역할을 한 인물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다. 이 둘은 정계에서 '박 남매'로 통한다.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기로 최종 결심한 것도 하루 전 박 전 원내대표와의 마지막 통화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원내대표는 그를 두고 "경제를 잘 아는 국회의원이자 야성이 강한 여성"이라며 "큰 결단을 내린 만큼 잘 이겨낼 것이고 옆에서 돕겠다"고 밝혔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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