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시장 전반적 대출 수요 증가·자금조달 용이해져…"아시아는 예외"
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에 따르면 글로벌 민간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가 신흥국 은행들의 대출 조건을 알아보기 위해 만든 '신흥국 은행 대출 조건 지수'는 올 2·4분기에 50.2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보다 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이 지수가 기준선인 50을 넘은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5분기 만에 처음이다.
지역별로 유럽 은행들의 대출 완화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신흥 유럽의 대출 조건 지수는 6포인트 오른 52.7로 다른 신흥국을 앞질렀다.
이에 대해 IIF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디플레 우려가 예상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이 유럽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한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예금금리 도입 등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어 3분기 유럽의 자금 수요는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2분기 은행 대출조건 지수 역시 1.8포인트 늘어난 53.3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1분기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은행권의 대출 역시 완화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미 신흥국과 아시아의 경우 은행들이 오히려 대출 조건이 강화됐다. 아시아의 경우 대출조건 지수가 46.9를 기록하며 신흥국 중 가장 낮았다. 다만 이는 전분기보다는 1.7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아시아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인 이유는 국내 대출 수요는 소폭 늘어났지만 은행들의 자금조달 조건은 더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특히 부문별로 신용대출의 조건을 크게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데는 부실채권의 빠른 증가도 한몫했다.
아시아 은행권의 부실채권 증가세는 다른 신흥국을 앞질렀다. 특히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 은행들의 경우 3개월 뒤에는 부실채권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아시아 은행들은 3개월 뒤에도 부실채권의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은행들의 신용경색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1년 뒤에도 아시아 은행권의 신용 증가 속도가 더디고 대출 조건이 강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부채 축소에 대한 압박과 거시경제적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피치는 지적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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