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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총리가 휴가 때 읽을 책 뭔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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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나야할 미래(최연혁 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최동석 저)'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홍원 국무총리가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여름휴가를 떠난다.

2일 총리실에 따르면 정 총리의 휴가는 6일 오후 부패척결 관계장관회의 및 현판식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정 총리는 7일에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한 충남도 기관장들을 만나 점심을 함께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예정지인 천주교 대전교구 등을 답사하기로 했다. 대천해수욕장을 찾아 여름철 물놀이 안전실태를 살펴보고 피서객들과 소통의 시간도 갖는다. 전주혁신도시와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세종공관으로 돌아온 뒤 9일에는 총리실 직원들과 대전 계족산 등산도 함께 할 예정이다.
정 총리는 남는 일정에는 독서를 하며 재충전시간을 갖는다. 휴가 때 읽을 책은 지인의 추천에 따라 '우리가 만나야할 미래(최연혁 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최동석 저)'으로 정했다.

'우리가 만나야할 미래'는 25년간 스웨덴 쇠데르턴 대학 정치학과 교수로 생활환 저사가 새롭게 제시한 복지의 최전선 스웨덴의 모습이다. 책에 따르면 스웨덴의 직업소개소는 전국에 연결망을 갖추고 있으며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의 고용 담당자들이 직업소개소에 필요한 인력을 요청하면 교육을 준비하고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쌍용차같은 정리해고 시에는 1년 동안 100% 봉급을 보전해주는 것은 물론, 1년 이내 재취업 교육 등을 책임지고, 창업비의 일부까지 회사가 지원해준다.

스웨덴 출산휴가는 부모 합산 480일이다. 60일은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해야 하고, 나머지는 가정 형편에 따라 부모 중 한 사람이 모두 쓸 수 있다. 출산휴가 기간에는 480일에서 90일을 뺀 390일 동안 봉급의 80%를 지원받는다. 또한 자녀가 12세가 될 때까지는 아프거나 병원에 가야 할 때 육아휴가 또는 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기간에도 동일하게 봉급의 80%를 받는다.
국무총리직의 제안을 받은 한 정치인은 신문인터뷰에서"저에게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고 지금 아이에게는 아빠가 제일 필요할 때"라면서 "정치는 나중에 할 수도 있지만 아이의 어린 시절은 저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이의 교육과 아버지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총리직 제안을 정식으로 사양하나"고 말했다.

스웨덴에서 국회의원 생활은 아주 고달픈 임시직에 해당된다. 임기 4년을 마치고 나면 국민의 심판에 따라 재계약을 할 수 있을지 여부가 가려지고 제대로 일을 못했다면 곧바로 해고된다. 국회의원의 봉급이 다른 직종보다 조금 높지만 거의 주당 20시간씩은 더 일하는 셈이다. 다른 나라 의원들처럼 정책보좌관도 없고 원내 정당들도 공동 정책비서관을 두고 있긴 하지만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자료수집 같은 일만 부탁한다.

저자는 보편적 복지인가 선택적 복지인가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하다"면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복지냐가 아니라 타인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느냐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이 우리 사회에 조그만 자극을 주길 기대한다. 그 자극을 절실하게 수용한다면 다음 몇십 년을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의 침몰 등 국가적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후속 조치들이 발표되지만 그때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사건이 형태를 달리해 되풀이되는 비정상적인 문화를 바로잡으려면 관료조직의 시스템적 개혁이 필요하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이 담겨있다.

저자는 독일 기센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은행에서 20년간 일한이후 경영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저자는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원인을 '개인의 무능'이나 '국민성'이 아닌 관료조직의 '의사결정제도'에 두고 있다. 시스템이 똑똑한 사람들을 무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품의제도'인데 이는 어떤 사안과 관련된 말단 사원이 최종결정자에게 올릴 품의서를 만들어 결재를 받는 제도다. 어떤 의사결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최종결정자뿐만 아니라 결정에 참여한 모두에게 있다. 마치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 사안을 결정하는 '민주적인 제도'처럼 보이지만 최종결정자에게 권한은 몰아주고 책임은 지우지 않는 제도일 뿐이다.

저자는 독일연방은행 직원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통해 이러한 우리나라의 관료사회와 서구 관료사회의 실태를 비교한다.
"우리는 63세까지 일해야 해요. 정년 나이가 너무 높아서 불만이지요."
"우리는 58세까지 밖에 일을 못해요. 그것도 56세에는 현업에서 손을 놓고 후선으로 물러나야 하는데, 독일은 상당히 좋은 편이군요. 우리도 정년을 좀 더 연장해야 하겠네요."
"(…) 역시 한국인은 일하기를 좋아하고, 더 오래 일하기를 원하는군요. 우리가 58세까지라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그들이 은퇴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윗자리로 올라갈수록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할 업무량과 권한이 늘어날 뿐 아니라 동시에 책임도 막중해져 육체적, 정신적 압박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라면서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권한은 막중해지면서 책임은 오히려 줄어드는 매우 '야릇한' 시스템 속에 살고 있다는 실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저자는 "올라갈수록 책임과 권한이 막중해지는 서구조직과 달리 우리나라 관료사회에서는 지위가 올라갈수록 더 편하고, 더 많은 권력을 누리고, 더 많은 보수를 받고, 더 많은 아랫사람들을 거느리고, 책임은 오히려 줄어든다"면서 "승진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올라서면 모든 것을 갖되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제도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진하고 승리하는 데 사활을 거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저자는 "조직구성원과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 의사결정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제도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명확히 밝혀 주는 단위업무담당제뿐이며 이 제도가 주는 책임감만이 개인의 창의력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관료조직이 과거에 성공적이었던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을 바꿔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면서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부패에서 부패로, 왜곡에서 왜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무능과 부패를 가속화하는 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어떠한 개혁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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