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중단으로 유지보관 어렵게되자 고민 끝 결정
30일 국립현대미술관과 김달진미술연구소에 따르면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달진 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자료 기증에 대한 협약을 맺는다.
충북 옥천에서 태어난 김 소장은 어린 시절부터 수집에 남다른 취미가 있었다. 그가 처음 모은 것은 우표와 껌 상표, 담뱃갑 등이었다. 이후 우리나라 근대미술 전시전을 보고는 '우리나라 자료를 모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김 소장은 미술 잡지 '월간 전시계'에서 3년여간 기자생활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 가나아트센터 자료실장을 거쳤다. 2001년 12월에는 국내 미술정보의 체계적인 자료수집과 연구를 위해 김달진미술연구소를, 2008년에는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고 보관하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열었다. 김 소장은 '금요일의 사나이' '움직이는 미술자료실' 등으로 불리며 그동안 꾸준히 미술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왔다. 그동안 그가 수집한 미술 자료만 18t에 달한다.
2010년부터 김 소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전용공간임차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마포구 창전동에서 한국미술정보센터를 운영하며 수집한 자료를 무료로 누구나 열람을 가능하도록 해왔다. 전세보증금 9억7000만원 중 8억2700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는데 오는 9월30일로 해당 사업이 중단되면서 정부의 지원도 끊겼다. 그가 평생 발로 뛰며 모아온 자료가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결국 김 소장은 고민 끝에 미술관에 자료를 기증키로 결심했다.
이에 따라 한국미술정보센터에서 제공하던 도서와 전시 팸플릿 등의 열람 서비스는 중단된다. 대신 김달진미술연구소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오는 11월 서울 종로구 홍지동으로 이전해 기존처럼 운영할 방침이다.
김 소장은 "정부가 '문화융성'을 주창하면서 아직도 문화 정책은 비엔날레와 레지던시 등 가시적인 것에 치중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하는 동시에 미술 자료 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관의 자료 분류 체계에 따라 기증받은 자료를 정리한 뒤 디지털 정보실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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