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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선행학습 금지…방학 맞은 학교·학원가는 더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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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학교 보충수업 명목으로 실시…대형학원은 풍선효과 누리기도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선행학습금지법'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방학을 맞은 학교 및 학원가에서는 선행학습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선행학습을 근절시키려는 노력보다 법망을 어떻게든 피해 선행학습을 이어가려는 관행이 뿌리 깊어, 법의 '실효성' 논란과 함께 더욱 정교한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방학에 들어간 서울 소재 A고등학교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방학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학교 교사가 학생들에 배포한 보충수업 일정표를 보면, 각각의 과목들이 '모의고사 기출풀이 및 심화학습'이라는 두루뭉술한 제목의 카테고리에 나열돼 있다. 이처럼 수업범위를 모호하게 제시한 것은 어떤 수업이 진행되는지 해당 교사와 수업을 듣는 학생만 알게 하기 위해서다. 이 학교 교사 박모(30ㆍ여)씨는 "일정표에 2학기 과정을 넣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일부러 이런 방식을 택했다. 심화학습을 사실상 선행학습으로 보면 된다"면서 "우리 학교만 2학기 수업을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뒤처질 수 있고,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할 수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B고등학교는 선행학습을 하다 적발될 경우 학교 운영비 삭감 등의 징계조치가 내려지는 것을 우려해 이번 여름방학 보충수업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2학기 과정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사교육 의존을 심화시키는 학교의 과도한 선행학습을 막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도입된 선행학습금지법이 오히려 한편에선 사교육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양천구 목동의 한 유명 학원에 다니는 조인창(18)군은 "작년과 다르게 방학 보충수업에서 2학기 진도를 나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등록했다"며 "함께 다니는 친구들 중에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이른바 '풍선효과'를 누리는 대형 학원들은 일찍부터 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잡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원, 중계, 의정부 등 강북 지역에 초ㆍ중ㆍ고등학교 대상 유명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S학원의 홈페이지에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가정통신문이 게재돼 있다. 8월 가정통신문에는 "체계적인 2학기를 준비하는 여름방학 특강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선행ㆍ심화 학습을 통해 난이도 있는 문제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면서 선행학습을 버젓이 홍보하고 있었다. 또 "방학 때 미리 해둬야 2학기가 편하다" "남들보다 앞서가는 당신은 승리자"라는 식으로 선행학습을 간접 광고하는 학원도 많았다. 구체적인 학사일정 및 수업 내용은 학부모 간담회를 열어 공개하겠다는 학원도 다수였다. 입시학원 강사 박원중(33ㆍ가명)씨는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못하게 되면 아무래도 학원 수강생이 늘지 않겠나"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이처럼 선행학습 관행이 뿌리 깊은 현실이어서 오는 9월 선행학습금지법이 시행되더라도 선행학습이 많이 사라질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해당 법은 일선 학교의 선행학습은 전면 금지하는 반면 학원가에서는 광고ㆍ선전만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선행학습금지법에는 모순이 많다"면서 "이른바 '땜빵'용 법을 남발한 결과인데 교육 수요자 중심, 즉 학생 중심의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독일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 때 자기 스스로 중점과목을 지정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심화 학습한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의 끼를 살릴 수 있는 교육을 해야 입시위주의 선행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행교육은 학교 교과과정과 수능 출제범위의 '미스매치'에서 나온 결과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법안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2학년까지 고등학교 전 과정을 마치고 3학년부터는 EBS나 기출 문제를 푸는 상황에서 어떻게 선행교육을 하지 않겠나"면서 "수능과 교육과정이 불일치하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데, 가령 수능 출제범위를 고교 2학년 내지는 3학년 1학기까지로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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