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조형근과 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쓴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임금할증률은 경제학적 기준이나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마르크스 식으로 말하자면 계급투쟁의 결과라고 봐야한다. 할증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노동자들과 조금이라도 낮추려는 자본가 사이의 투쟁이다."
신간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경제학에 대한 상식 또는 통념을 뒤집어놓는다. 이 책에 따르면 신자유주의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애덤 스미스는 "노동자에게 고임금을 지급해야 나라가 잘 살게 된다"고 주장하고, 의무교육과 누진세 주4일 근무 등 지금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급진적인 안을 내놓았다. '0.1%의 인재가 나머지를 먹여 살린다'는 주장의 원조이자 엘리트주의, 기업가 정신 등을 강조한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가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면 자신의 파멸이며, 자기 사명의 이행이 아니라 육체적 사멸의 징후"라며 뜻밖의 경고를 했다.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이슈들을 고전 경제학자들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사회학자 조형근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의 '꼬투리 경제학'에서 방송한 내용을 보완해 엮은 책이다. 두 사람의 대화로 전개되는 내용은 경제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어도 술술 읽힐 정도로 쉽고 흥미롭다. "경제는 너무나 중요해서 경제학자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노릇"이라며 저자는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 경제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에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주류 경제학에 밀려 소외받게 된 경제학자들을 들추어내고, 우리가 편향적으로 받아들인 경제학 이론을 바로잡으려고 한다.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해서 극렬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는 애덤 스미스의 이야기를 인용한다. 자본가는 노동자가 없어도 1~2년은 버틸 수 없지만, 직장이 없는 노동자는 1주일을 버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사 갈등에서 파업 투쟁으로 나아가는 상황은 애초에 노동자가 불리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애덤 스미스는 이 과정에서 정부와 자본가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단결"도 짚어낸다. 국내 기업인들이 사랑해마지 않은 애덤 스미스가 실제로는 상당히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인물이었으며, 오히려 신자유주의 학자들이 그의 이론 중 유리한 부분만 받아들였다는 지적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이 책은 베블런 이론을 통해 명품과 외제차에 열광하는 과시적 소비를 비판하고, 마르셀 모스의 이론에서 협동조합의 미래를 예측해본다. 칼 폴라니를 통해서는 "문제는 다시 민주주의"라고 단언한다. 피로를 넘어 탈진사회로 접어든 한국사회에 대안적 모델을 모색하는 경제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교과서는 종교 경전이 된다"며 학문적 다양성이 거세된 현 경제학의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가 이 책이 보여준 가장 큰 성과이다.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 조형근, 김종배 지음 / 반비 / 1만8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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