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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선K폰]<하> 삼성·구글·애플이 꿈꾸는 '세상을 잇는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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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TV는 진화하는 과정일 뿐"
'일상의 모든 것'이 되는 스마트市場 큰 판 읽어야 산다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아침 7시, 구글의 알람에 잠을 깬다. 침대에서 일어나 구글이 짜준 여름 맞이 다이어트 식단대로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한다. 이어 구글이 제공한 날씨에 맞춰 구글이 추천한 옷을 입고, 구글의 추천 뉴스를 보며, 구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근길에 나선다.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바쁘게 회사 업무를 보고 짬날 때는 스마트시계와 블루투스 이어폰을 연동해 최근 즐겨 듣는 음악을 재생한다. 구글이 운전하는 차로 퇴근한 후에는 안드로이드TV로 영화를 본다. 그러다 졸음이 몰려와 침대에 누워 TV로 보던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마무리하면서 잠이 든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I/O) 2014'의 키워드는 '구글월드'였다. 스마트폰에 머물지 않고 스마트시계와 같은 착용가능한(웨어러블) 기기, TV, 자동차 등으로 구글 플랫폼의 적용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를 구체화시켰다.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은 '구글 에브리웨어' 전략이다.

I/O 이후 구글이 공개한 2분짜리 동영상은 구글이 꿈꾸는 세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바로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안드로이드 기반의 기기만을 이용해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차근차근 다져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 "생태계를 선점하라"= 지난달 아마존이 공개한 '파이어폰'의 가장 큰 특징은 3차원(3D) 영상을 구현하는 스마트폰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파이어 플라이'라는 시청각 인식 기능이다. 글자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 음악, 책, 상품 등을 보고 들은 후 무엇인지 인식해 알려주며, 이를 아마존 사이트로 바로 연결해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아마존은 앞서 전자책 킨들과 태블릿 킨들 파이어 역시 낮은 기기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후, 궁극적으로 아마존의 책과 음악, 영화 등 콘텐츠 이용자를 끌어오는 정책을 폈다. 제임스 매키비 포레스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포화된 스마트폰 시장에 굳이 발을 들인 것은 전자상거래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공개된 파이어폰은 곧 엄청난 전자상거래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 역시 아이폰 판매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으나 명확한 'i생태계'가 구축돼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제는 더 이상 단말기(하드웨어) 싸움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다.

문송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앞으로의 IoT 시대에서 스마트폰은 중계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연결성이 중요한 시대에는 결국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간의 연합전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로 양분돼있는 모바일 생태계 구도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 간 연계 부분에서 독보적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향후 IoT 시장에서는 재차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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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와 M&A=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과감한 결단을 통한 대규모 M&A가 하드웨어 생산에 집중된 현재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의 올해 1분기 R&D 투자는 3조8775억원(약 37억7188만달러)으로 매출액의 7.2% 수준이다. LG전자 의 R&D 투자도 매출액의 6.18%인 8820억원(약 8억5797만달러)이다. 같은 기간 애플과 구글의 R&D 투자는 각각 14억2200만달러, 21억2600만달러 이뤄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R&D 투자 규모가 애플·구글의 합계보다 많다. 반면 M&A 성과는 미미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 주요 IT 기업의 M&A 건수는 0건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지난 2월 190억달러에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을 인수하는 등 5건의 M&A에 성공했다. 애플 역시 5건의 M&A를 성사시켰다.

특히 '딜 머신' 구글은 지난 10년간 230여개 업체를 인수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총 14건의 M&A를 성사시켰다. 구글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해외 기업 M&A에 최대 3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1분기 기준으로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345억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보유 현금의 대부분을 M&A에 동원하겠다는 말이다.

박상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포천이 선정한 성공적인 M&A 5건 가운데 3건이 구글 사례"라며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비롯해 동영상·콘텐츠, 검색 광고·파트너 웹사이트 광고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안드로이드, 유튜브, 더블클릭 인수가 있었다"고 짚었다.

구글, 차·냉장고 회사 사들이며 영역 확장
주종사업 주력하는 삼성과 점점 더 격차 벌여

싹수 있는 융복합 벤처 M&A로 가꿔주며
SW·연결망社와 글로벌 연합 나서야


구글이 언급한 향후 M&A 대상은 냉장고, 자동차 계기판, 온도조절장치, 안경, 시계 등 일상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분야들이다. 이는 결국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구글의 일상화', 즉 IoT를 가리키고 있다. 구글은 최근 인수한 네스트랩(32억달러)으로 인터넷과 일상의 융복합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M&A에 거리를 두는 것은 기술 혁신에 대한 지나친 폐쇄성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R&D 투자비에서 드러나듯 내부 혁신에만 의존하는 것은 '익숙하고 길들여진 투자'라는 점에서 판을 뒤집거나 깜짝 놀랄 혁신의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R&D가 본인 사업 역량 안에서 진행되는 투자라면 M&A는 새로운 사업에서 나보다 더 잘하는 조직을 흡수해 혁신을 이뤄가는 수단"이라며 "국내 기업이 R&D 만큼이나 M&A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새 분야 개척 역시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PC에서 모바일, 다시 IoT로= 현재 직면한 스마트폰 시장 환경만 놓고 봐도, 빠르게 쫓아오는 중국 업체들에 없는 한국만의 강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들은 합리적인 가격(P)에 최신 테크놀로지(T)를 결합한 제품을 통해 브랜드파워를 키우는 'PT전략'으로 그 위력을 입증했다"며 "국내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이 부족한 'ABC'를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는 OS 업그레이드 등을 포함한 애프터서비스(AS)를, B는 브랜드마케팅을, C는 연결성(Connectivity)과 콘텐츠를 의미한다.

그러나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 역시 PC에서 모바일, 다시 IoT로 이어지는 시대 흐름을 반영한 생태계 확보가 시급하다는 결론이다. 시스코는 향후 10년 동안 IoT가 14조4000억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2020년까지 20억명의 사람과 370억개의 기기가 IoT를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년의 IoT 보급률이 9억대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인상 깊은 발전이다.

윤종필 SK텔레콤 ICT기술원 팀장은 "IT 업계는 구글 스레드그룹이나 인텔 OIC 등 컨소시엄으로 경쟁하는 분위기"라며 "IoT 시장 선점을 위해 각각 나름의 장점들을 가지고 컨소시엄을 형성한 춘추전국시대로, 기기 간 연동을 위한 표준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제 개화하는 IoT 시장에서 어떤 업체끼리 어떻게 손을 잡고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른 시각에서는 삼성·LG와 같은 가전 기업들이 IoT 시대에는 순수한 정보통신기술 기업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인프라가 IoT를 실현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애플과 구글은 협업을 통해 IoT를 준비해야 한계를 가진 반면 삼성 등은 내부에서 실험, 개선, 확장 등을 신속하게 소화할 수가 있다. 이는 구글이나 애플이 갖지 못한 삼성의 DNA다.

게다가 삼성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도 생산하고 있어 모바일 생태계에서 기술적 우위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결국 삼성은 모바일 시대의 핵심 기술부터 사물인터넷 시대의 핵심 기기를 모두 확보한 '삼성 생태계'의 밑그림을 어느 정도 그려놓은 셈이다. 여기에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디자인 등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이식하느냐가 구글·애플과 벌이는 생태계 싸움에서 생존, 나아가 승리의 관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트 포트폴리오를 삼성만큼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며 "기기들 간의 연결성을 구현하는 IoT 시대에는 이 자체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부족한 소프트웨어 등은 이 분야에 특화된 기업에 대한 M&A 등을 통해 확장할 수 있다"며 "다만 M&A한 회사의 DNA를 '삼성화'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둠으로써 M&A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관건은 이들을 연결하는 망이다. 망 선점을 위해 기존에 협력하던 통신·제조사의 역할도 일부 겹치게 됐다.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기존에 전혀 다른 분야였던 자동차 업계와도 협력과 동시에 경쟁하게 됐다.

구글은 최근 앨런 멀럴리 전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를 이사회의 일원으로 영입했다. 구글이 2006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포드자동차의 CEO로 일했으며 그에 앞서는 보잉의 임원이기도 했던 멀럴리를 영입한 데는 무인차 개발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핸들과 가속 및 제동 페달이 없이 출발과 정지 스위치만으로 조작하는 무인차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자동차에 안드로이드 기기를 연결해 스마트카를 구현하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한 자동차는 연말께 나올 예정이다. 애플의 자동차용 OS 카플레이와 본격적인 경쟁이 예고된 분야다. 이를 통해 운전 중에 음성 명령으로 전화를 걸고 문자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지도를 이용해 길을 찾거나 음악 재생도 가능하다. 지난 1월 출범한 오픈오토모티브얼라이언스(OAA)에는 현대기아차, 아우디, BMW 등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LG전자, 엔비디아, 프리스케일, 후지쯔 등 IT 업체들이 포함돼있다.

지금부터는 기기보다 이를 굴러가게 하는 플랫폼, 즉 '생태계' 싸움이다. 물론 '박자'는 맞아야 한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는 "앞으로의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소프트웨어 기반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건 맞지만 중요한 건 밸런스"라며 "좋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를 형태로 갖춰놓은 하드웨어가 균형 있게 발전했을 때 세상의 경험은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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