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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5. 청문회는 여야 역할놀이? 정권 뒤집히니 攻守교대

최종수정 2014.07.11 06:00 기사입력 2014.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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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와 균형'서 최준영 교수 등 지적…지금은 장관후보 감싸는 그들, 옛정권 야당 시절땐 비판 집중

[아시아경제 김인원 기자] "(후보자 가족들이 보유한 주식의 매입자금은) 무슨 검은돈인가. 야쿠자 자금이라도 되느냐."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논문) 짜깁기를 해도 이렇게 할 수가 없다. 본인이 직접 썼다고 보기 어렵고, 이것조차 학생들에게 시킨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 밖에 없는데 어떻게 승진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나"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9일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 야당 의원들은 논문 표절을 비롯 연구비 부당수령, 제자 칼럼 대필, 사교육업체 주식투자 등 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날을 세웠다. 그러나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는 죄인이 아니다"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며 감싸기에 바빴다. 심지어 한 여당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해 "학생들을 위해 논문주제도 직접 뽑아주고 영문초록까지 직접 작성해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김 후보자의 제자사랑을 애써 부각시키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2기 내각 후보자 중 가장 많은 의혹과 논란을 불러온 김 후보자를 적극 보호한 새누리당이 야당이었던 시절엔 어땠을까. 인사청문회 제도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 여당을 견제하는 무기 중 하나였다. 질의와 발언내용도 지금과는 천양지차였다. 인사청문회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한나라당 주도로 도입됐고, 노무현 정부 때까지 대상도 꾸준히 늘어났다. 2002년에는 한나라당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장상,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잇달아 부결시키기도 했다.

최준영(인하대)ㆍ조진만(덕성여대) 박사가 저서 '견제와 균형'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실시된 고건, 이해찬, 한명숙, 한덕수에 대한 인사청문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나 과거 업무에 대한 부정적 평가 등에 대한 발언은 거의 대부분 한나라당에 의해 이뤄졌다.
네 번의 인사청문회에 대한 여야 의원의 발언 비율을 보면 후보자에 대한 윤리적 부적절성에 대한 질의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은 무려 13%를 할애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약 1%에 그쳤다. 여당 의원은 오히려 후보자로 하여금 소명의 기회를 주기 위한 질의ㆍ발언 또는 윤리에 대한 긍정적 성격의 질문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과거 공직업무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관련한 질문도 야당 의원은 11%로 여당 의원(2%)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여당은 정책적 비전과 대안을 묻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이 같은 질문은 후보자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데다 사전에 모범답안을 준비할 수 있어 후보자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당부의 말도 여당 의원들(7%)이 야당 의원들(2%)보다 많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첫번째 국무총리로 내정됐던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한나라당은 윤리적 부적절성과 관련한 질의는 전혀 하지 않았다.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20%의 비율로 윤리적 부적절성 문제를 제기한 데 비해 한나라당은 윤리문제에 대한 소명의 기회를 주는 데만 발언비율의 18%를 사용했다. 여야의 입장이 바뀌면서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의원들의 행태도 완전히 뒤바뀌었다.

저자들은 "인사청문회에 나타난 정당 간 대립은 후보자에 대한 '여당의 방어-야당의 공세'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고위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전문성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와 상당히 거리가 있고 여야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입각한 정쟁이 주고 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청문회]오바마 4년+1년 장관 낙마자 1명…박근혜 1년 10명 낙마

알코올 중독·마약·동료 평판까지 점검
통상 90일 걸리지만 기간 제한 없어
'깨알흠집' 하나라도 일단 걸러내기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한국과 미국의 인사청문제도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강력한 사전검증제도가 있는 지 여부다. 미국은 정부의 주요기관이 후보자의 과거 이력, 재산형성 과정 등을 샅샅이 살피기 때문에 의회에서 진행하는 인사청문회에서는 상대적으로 과거보다는 후보자가 맡게 될 업무와 정책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미국의 공직후보자는 대통령과 백악관 인사관리실(OPP, Office of Presidential Personnel)이 상원의원, 의회지도자, 관련 상임위 위원장, 이익집단 등 다양한 관련 인사로부터 의견을 구한 뒤 후보자 명단을 작성한다. 작성된 후보자 가운데 대통령이 몇 명을 추천하면 OPP는 후보자들이 작성한 개인정보진술서와 개인재산보고서를 제출받아 이를 검토한 뒤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의 낙점을 받는다.

이후 백악관 법률고문실(Office of Counsel to the President) 주도로 사전검증이 시작된다. 미국의 사전검증은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정부윤리처(OGE), 해당부처 윤리담당관 등이 총출동해 강도 높은 검증에 나선다. 이들 기관은 후보자의 과거 경력 가운데 법적인 문제가 있는 지 검토할 뿐 아니라 재산형성과정, 후보자의 사적 경력, 병역관계, 학력, 여행경력, 근무경력, 병력 등에 대한 사실조사를 실시한다. 대략 3개월에 걸친 사전검증 과정에는 한국에서 검증되는 이력 외에도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사용 여부, 동료들의 평판, 학창 시절의 생활 등이 총 망라된다. 사실상 신상털기는 사전인사 검증에서 끝나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후보자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서 '의도적으로 허위진술을 할 경우에는 연방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는 항목에 서명을 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이 같은 처벌조항은 없다.

버락 오마바 정부의 경우 1~2개 내각을 통틀어 29명의 장관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회부됐는데 단 1명만이 낙마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대부였던 톰 대슐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탈세(14만달러)를 했다는 이유로 물러났다. 이밖에 빌 리차드슨 전 뉴멕시코 지사와 저드 그레그 상원의원은 인사청문회 회부되기 이전에 사퇴했는데 이들은 사전검증 내용과 무관한 이유로 물러났다.

미국 인사청문회의 또 다른 특징은 심사기간의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통상 상원 인사청문회는 60일에서 90일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특별히 정해진 규칙은 없다. 가령 오바마 행정부에서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인사청문을 요청한 당일 통과된 경우도 여러 건 있지만 126일(존 브라이슨 전 상무부 장관)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20일만에 마쳐야 하는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인사청문회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점도 미국 인사청문회의 한 특징이다. 철저한 권력분립 원칙에 의거해 미국 행정부와 사법부의 책임있는 자리를 맡게 되는 사람은 인사청문회를 받는다는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미국의 인사청문 대상은 1200~1300여개의 자리에 달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61인에 불과하다. 2004년 미국 상원 인사청문 대상자는 1137명이었지만, 2012년에는 1217명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추세다.

미국 인사청문회의 특징은 소관 상임위에서 모든 인사청문회를 다루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은 인사청문 특위를 구성하고 나머지는 소관 상임위에서 담당하는 이원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회발전연구회는 "인사청문회가 이원적 구조로 인하 인사청문회 결과가 비일관적이고 유동적"이라며 "공식적이고 상시적이며 전문화된 기구가 국회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인사청문회는 후보자 개인의 인권 침해와 기간의 장기화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운영이 자칫 미숙할 경우에는 여론재판에 놓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후보자 개인의 기본권이 치명상일 입을 수 있다. 기간이 긴 것도 문제다. 사전검증에 통상 3개월이 걸리는데다 인사청문회마저 길어지면 장기간의 행정공백을 피하기 어렵다.


[인사청문회]검증 꼬이게 하는 '5대 리스크'

"낙마참사, 내 탓이오" 아무도 그말 안했지만…
대통령·야당·여당·언론·후보자 5대 리스크
그들은 어떻게 검증을 꼬이게 하는가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장준우 기자, 손선희 기자]

◆대통령 리스크

능력·전문성 뛰어나도 정치비전·충성도 점수 낮으면 朴대통령 '수첩인사'에서는 X표


박근혜 대통령은 '수첩 공주'로 불리기도 한다. 평소 메모가 몸에 밴 박 대통령의 수첩에 적힌 인물이어야만 고위 공직에 진출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수첩 인사'다. 베일에 싸인 박 대통령의 수첩에는 그와 정치 비전을 공유한 인물, 혹은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에 대한 평이 적혀 있다는 이야기가 정설이다. 반대로 어떤 사람에 대해선 충성심이 불투명해 중용 불가하다는 엑스(X) 표시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대통령이 어떤 인물을 고위직에 앉힐 지 고민할 때에는 두 가지 기준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장 경험에서 우러난 전문성은 물론이고 여기에 대통령의 정치적ㆍ정책적 비전을 잘 이해하고 시의적절하게 실현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개인의 능력과 자질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고 충성심이 의심받는다면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기는 어렵다.

선거를 함께 뛰었던 정치적 동지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정권마다 불거진 '코드 인사' 논란에도 충성심이 검증된 지지 세력을 측근에 두는 것은 대통령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이다. 이들을 통해 관료 사회를 통제할 수 있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최경환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한 것이다.

◆야당 리스크

후보자 실력 테스트보다 일단 의혹 제기…낙마 아니면 최소한 與·대통령 흠집 효과


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공격수'다. 후보자의 '실력 테스트'가 공격의 키워드가 돼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각종 의혹을 제기해 낙마시키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후보자 낙마는 대통령의 '인사 실패'로 이어진다. 최근 안대희ㆍ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연쇄 낙마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동력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대통령 지지율도 크게 떨어졌다. 후보자를 낙마시키지 못하더라도 후보자를 흠집내는 것은 곧 집권여당의 상처가 된다. 야당으로서는 여러 의혹들을 제기함으로써 이미 챙길 건 다 챙긴 셈이다. 정권 교체가 정치적 목표인 야당으로서는 여당과 정부를 공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인사청문회인 셈이다.

특히 여당 성향이 짙은 후보자라면 공격 수위는 더욱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청문회 스타', '저격수'로 불리는 야당 의원이 떠오르기도 한다. 2006년 9월 첫 여성 헌법 기관장 탄생으로 기대를 모았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당시 열린우리당과 분당해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조순형 의원에 의해 낙마했다.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헌법조상을 근거로 전 후보자에 대한 편법지명 문제를 지적하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지명철회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여당 리스크

우선 방어부터…득 보다 실 많거나 여론 안 좋으면 야당보다 되레 거세게 몰아 붙여


9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논문표절 의혹 등으로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자, 여당 의원들은 후보자 감싸기에 몰두했다.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은 "인사청문 제도의 문제로 인해 김 후보자가 살아온 모습과 다르게 '자격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퍼졌다"면서 "후보자가 의혹에 대해 해명하지 않다보니 언론의 왜곡이 커졌다"며 옹호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후보자가 왜곡된 정보로 덫에 걸려있다"며 "야당의원이 인격적 모독을 하더라도 그 덫에서 나오는 건 후보자의 몫"이라며 차분한 소명을 요구했다.

여당은 '수비수'다. 대통령이 내정한 후보자를 가능한 보호하고 지지해야 한다.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수행과 정권재창출을 위해 대통령이 원하는 내각을 구성하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비만 할 수는 없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가 이에 해당한다.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은 발언으로 물의를 빚자 여당내에서 문 전 후보자에 대한 사퇴론이 불거졌다. 후보 지키기가 여당은 물론 대통령에게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책기조 확인을 위해 야당보다 더 거세게 몰아부칠 때도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여당 의원들이 규제완화와 서비스업 진흥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언론 리스크

언론에서 후보군 내놓으면 청와대에서도 검토…여론몰이 앞장·부정적 측면 부각으로 '한건 올리기'


공직자 인사검증에서 언론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내정하기 전부터 하마평을 통해 유력한 후보군을 만들어낸다.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염두에 두지 않은 인물도 언론에서 후보군에 집어넣으면 이들을 다시 검토한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마땅한 후보자를 찾지 못할 경우에는 "후보자를 추천해달라"는 말을 언론에 대놓고 하기도 한다.

검증과정에서도 언론의 보도방향에 따라 후보자의 운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언론의 프라이밍 효과(언론이 특정 이슈에만 주목해 유권자의 선택 기준을 바꾸게 하는 것)가 인사검증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후보자의 부정적 측면을 집중 보도하면 여론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흐르게 된다. '마녀사냥'이나 '여론몰이'라는 부정적인 말도 이같은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언론검증의 부정적인 측면만 볼 수는 없다. 다양한 시각에서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해야 하고, 그 역할에 언론은 충실해야 한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 언론이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등 특정 발언을 보도했고, 그의 강연과 칼럼에 언론들이 집중 취재를 벌였다. 문 전 후보자는 강연 전체의 맥락을 빼고 보도해 본뜻이 왜곡됐다고 강하게 반박했지만, 인사청문회에 들어서지 못한 채 자진사퇴했다.

◆후보자 리스크

인터넷 행적·동영상 자료 등 접근 자유로워…능력 있어도 '먼지털이' 불안에 사양도


"KBS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청와대 업무보고 도중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강연 발언을 사전에 알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김 실장은 "많은 후보의 사사로운 발언이나 강연 같은 것을 모두 다 밝혀서 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실토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 변수 가운데 또 하나는 바로 후보자 자신에게 있다. 앞서 낙마한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달리 문 전 후보자에게는 청와대가 예상하지 못한 돌발변수가 터져나왔다. 문 전 후보자의 역사관은 전체 강연이나 칼럼의 맥락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발언은 국민정서와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문 전 후보자가 위안부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과정에서 '앉아서 머리 숙이기'를 보여준 것도 치명적이었다.

청와대가 후보자로부터 받는 사전인사검증을 위해 체크리스트에 후보자 스스로 거짓 기재를 한다면 당장 밝혀내기 힘든 부분이 있다. 체크리스트의 애매모호한 질문이 거짓말을 유도할 수도 있다. 예컨대 '논문표절로 논란이 된 적이 있느냐'는 질문과 '논문표절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은 확연히 다르다. 표절은 했지만 논란이 되지 않았다면 사전검증을 통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靑, 후보 지명 배경 공개하자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공직자 인사검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는 물론이고 국회와 임명권자의 역학관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문회를 '정치이벤트'로 인정하는 게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당에 속한 국회의원이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후보자를 객관적으로 검증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정치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야당의 검증 수위가 높아질수록 임명권자와 여당은 오히려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을 강화하고 대중과 소통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준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이 후보자를 감싸고 야당이 과도한 신상털기식 검증에 나서는 것도 결국 정치적인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인사청문회가 임명권자를 견제하는 수단인 것은 이론상 맞지만 현실 정치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제는 인사청문회를 정치적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제도가 아닌 정치문화에서 인사검증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이벤트'로 인정한다면 인사검증을 제대로 해 후보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상대방이 정치적 공세를 펴지 못하도록 선제 대응한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검증을 제대로 하고 후보자에 대한 장단점을 모두 공개한다면 신상털기나 폭로 같은 1차원적 검증은 청문회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근혜정부의 인사실패가 청와대의 사전검증 부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사전조사를 철저히 시행하고 가급적 모든 정보를 공개한다면 검증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낙점한 후보자라면 임명권자가 적극적으로 지명의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 현재는 인사발표 시점에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간략히 설명하는 게 전부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후보자에 대한 장단점을 솔직히 밝히고 '왜 이 사람이 필요한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도 있는 검증을 위해 청와대 뿐 아니라 국회 차원의 개선도 필요하다. 여야는 자료제출과 증인출석에 대한 제재수단이 미약하고 청문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에 필요한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자료제출 시한이 원칙적으로 '5일 이내'로 규정돼 있어 자료 검토기간은 2주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자료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단은 마땅찮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인사청문기간을 늘리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인원 기자 holeinone@asiae.co.kr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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