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인사참사 왜 없나
통상 90일 걸리지만 기간 제한 없어
'깨알흠집' 하나라도 일단 걸러내기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한국과 미국의 인사청문제도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강력한 사전검증제도가 있는 지 여부다. 미국은 정부의 주요기관이 후보자의 과거 이력, 재산형성 과정 등을 샅샅이 살피기 때문에 의회에서 진행하는 인사청문회에서는 상대적으로 과거보다는 후보자가 맡게 될 업무와 정책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후 백악관 법률고문실(Office of Counsel to the President) 주도로 사전검증이 시작된다. 미국의 사전검증은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정부윤리처(OGE), 해당부처 윤리담당관 등이 총출동해 강도 높은 검증에 나선다. 이들 기관은 후보자의 과거 경력 가운데 법적인 문제가 있는 지 검토할 뿐 아니라 재산형성과정, 후보자의 사적 경력, 병역관계, 학력, 여행경력, 근무경력, 병력 등에 대한 사실조사를 실시한다. 대략 3개월에 걸친 사전검증 과정에는 한국에서 검증되는 이력 외에도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사용 여부, 동료들의 평판, 학창 시절의 생활 등이 총 망라된다. 사실상 신상털기는 사전인사 검증에서 끝나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후보자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서 '의도적으로 허위진술을 할 경우에는 연방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는 항목에 서명을 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이 같은 처벌조항은 없다.
버락 오마바 정부의 경우 1~2개 내각을 통틀어 29명의 장관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회부됐는데 단 1명만이 낙마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대부였던 톰 대슐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탈세(14만달러)를 했다는 이유로 물러났다. 이밖에 빌 리차드슨 전 뉴멕시코 지사와 저드 그레그 상원의원은 인사청문회 회부되기 이전에 사퇴했는데 이들은 사전검증 내용과 무관한 이유로 물러났다.
인사청문회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점도 미국 인사청문회의 한 특징이다. 철저한 권력분립 원칙에 의거해 미국 행정부와 사법부의 책임있는 자리를 맡게 되는 사람은 인사청문회를 받는다는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미국의 인사청문 대상은 1200~1300여개의 자리에 달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61인에 불과하다. 2004년 미국 상원 인사청문 대상자는 1137명이었지만, 2012년에는 1217명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추세다.
미국 인사청문회의 특징은 소관 상임위에서 모든 인사청문회를 다루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은 인사청문 특위를 구성하고 나머지는 소관 상임위에서 담당하는 이원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회발전연구회는 "인사청문회가 이원적 구조로 인하 인사청문회 결과가 비일관적이고 유동적"이라며 "공식적이고 상시적이며 전문화된 기구가 국회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인사청문회는 후보자 개인의 인권 침해와 기간의 장기화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운영이 자칫 미숙할 경우에는 여론재판에 놓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후보자 개인의 기본권이 치명상일 입을 수 있다. 기간이 긴 것도 문제다. 사전검증에 통상 3개월이 걸리는데다 인사청문회마저 길어지면 장기간의 행정공백을 피하기 어렵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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