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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청문회는 여야 역할놀이? 정권 뒤집히니 攻守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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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제와 균형'서 최준영 교수 등 지적…지금은 장관후보 감싸는 그들, 옛정권 야당 시절땐 비판 집중

[아시아경제 김인원 기자] "(후보자 가족들이 보유한 주식의 매입자금은) 무슨 검은돈인가. 야쿠자 자금이라도 되느냐."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논문) 짜깁기를 해도 이렇게 할 수가 없다. 본인이 직접 썼다고 보기 어렵고, 이것조차 학생들에게 시킨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 밖에 없는데 어떻게 승진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나"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9일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 야당 의원들은 논문 표절을 비롯 연구비 부당수령, 제자 칼럼 대필, 사교육업체 주식투자 등 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날을 세웠다. 그러나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는 죄인이 아니다"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며 감싸기에 바빴다. 심지어 한 여당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해 "학생들을 위해 논문주제도 직접 뽑아주고 영문초록까지 직접 작성해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김 후보자의 제자사랑을 애써 부각시키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2기 내각 후보자 중 가장 많은 의혹과 논란을 불러온 김 후보자를 적극 보호한 새누리당이 야당이었던 시절엔 어땠을까. 인사청문회 제도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 여당을 견제하는 무기 중 하나였다. 질의와 발언내용도 지금과는 천양지차였다. 인사청문회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한나라당 주도로 도입됐고, 노무현 정부 때까지 대상도 꾸준히 늘어났다. 2002년에는 한나라당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장상,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잇달아 부결시키기도 했다.
최준영(인하대)ㆍ조진만(덕성여대) 박사가 저서 '견제와 균형'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실시된 고건, 이해찬, 한명숙, 한덕수에 대한 인사청문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나 과거 업무에 대한 부정적 평가 등에 대한 발언은 거의 대부분 한나라당에 의해 이뤄졌다.

네 번의 인사청문회에 대한 여야 의원의 발언 비율을 보면 후보자에 대한 윤리적 부적절성에 대한 질의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은 무려 13%를 할애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약 1%에 그쳤다. 여당 의원은 오히려 후보자로 하여금 소명의 기회를 주기 위한 질의ㆍ발언 또는 윤리에 대한 긍정적 성격의 질문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과거 공직업무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관련한 질문도 야당 의원은 11%로 여당 의원(2%)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여당은 정책적 비전과 대안을 묻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이 같은 질문은 후보자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데다 사전에 모범답안을 준비할 수 있어 후보자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당부의 말도 여당 의원들(7%)이 야당 의원들(2%)보다 많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첫번째 국무총리로 내정됐던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한나라당은 윤리적 부적절성과 관련한 질의는 전혀 하지 않았다.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20%의 비율로 윤리적 부적절성 문제를 제기한 데 비해 한나라당은 윤리문제에 대한 소명의 기회를 주는 데만 발언비율의 18%를 사용했다. 여야의 입장이 바뀌면서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의원들의 행태도 완전히 뒤바뀌었다.

저자들은 "인사청문회에 나타난 정당 간 대립은 후보자에 대한 '여당의 방어-야당의 공세'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고위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전문성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와 상당히 거리가 있고 여야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입각한 정쟁이 주고 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원 기자 holeino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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