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중국에서 별그대 열풍은 사회현상으로 이어질 만큼 거셌다. 인터넷에서 마지막회가 방영될 때는 휴가를 내려는 여직원들이 몰려 아예 휴업한 화장품 공장이 나타나는가 하면 중국인에게 '귀가시계'라는 트렌드도 생겼다. 심지어는 상하이 한인타운 내 상점은 월세가 세배로 치솟고, 한국 브랜드의 상품 판매량은 급격히 늘기도 했다. 별그대 드라마 방영 이후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치맥(치킨+맥주)이 유행하는 등 문화현상으로까지 번지며 다양한 신드롬을 낳았다. 이에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1면에 "한국 드라마가 중국의 모범이 될까 ?"라는 기사를 통해 별그대 신드룸을 분석하기도 했다.
별그대는 드라마로는 중국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30억 클릭 뷰 이상을 기록, 대박을 쳤다. 별그대를 수입한 중국 인터넷 사이트 '아이치이'는 엄청난 수혜를 입고 탤런트 김수현에게 감사패로 답례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박에도 불구하고 별그대의 드라마 판권액은 회당 2470만원, 총 5억180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 드라마 온라인 판권액의 30%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1회 제작비도 안 된다. 지난 6월 영화판이 중국에서 개봉되면서 수익은 두배로 늘기는 했다. 제작사인 HB엔터테인먼트는 영화·드라마 판권 등 총 콘텐츠 판매금액은 11억9200만원.인터넷 전송권 및 영화판권을 팔았지만 방송사 판매는 불발됐다.
한국 영상물의 수출가격은 2005년 이후 매년 하락세를 이어왔다. 급기야 영화의 경우 평균 수출가격이 4만달러 수준이다. 한류스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20만∼100만달러를 받지만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편이다. 영상물 제작이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화 전문가들은 '별그대'가 중국내 한국 문화산업 콘텐츠 소비를 늘릴 것이라고 동의하면서도 현재와 같은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는 한류기반을 강화하기는 요원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은 거대 문화시장이다. 우리는 그동안 드라마, 영화, 'K팝'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까지 수출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문 및 현장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류'를 전파중이다. 하지면 한국 문화콘텐츠 헐값 수준이다. '별그대'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상속자' 등 다른 드라마의 판권액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우리 문화콘텐츠의 대 중국 수출은 ▲ 2009년 5810만 달러 ▲ 2010년 7495만 달러 ▲ 2011년 1억1189만 달러 ▲ 2012년 1억2393만 달러 등 연평균 28.1%의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문화콘텐츠 시장 규모가 129조원(2012년 기준)로 미국, 일본 다음으로 크다는 걸 감안하면 지극히 낮은 수치다. 따라서 공동제작 등 다양한 방식의 교류, 협력을 증대함으로써 시장 규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시진핑 방한 중 한국과 중국은 ‘한중 영화공동제작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공동제작된 영상물은 각종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 중국 정부 및 민간과도 2000억원 규모의 ‘한중 글로벌 합작펀드’ 조성해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한중 합작펀드’ 투자를 받은 콘텐츠는 공동제작물로, 협정에 따라 수입쿼터와 관계없이 중국시장 진출하거나 방송 규제 등을 받지 않는다. 즉 문화글로벌 전략을 수정해야할 판국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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