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시진핑 부부의 각별한 '별그대'사랑이 더 허탈한 이유는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최근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늘어놓은 한국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에 대한 언급은 그야말로 상찬 수준이다. 시진핑은 부주석시절부터 해외 순방에 나설 때마다 현지에 설립된 '공자학당'을 찾기로 유명하다. 취임 당시 "세계도 중국을 이해해야한다"고 할만큼 강력한 중화근본주의를 천명한 인물이다. 그런 시 주석이 '별그대'를 언급하며 한국과의 문화교류 확대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올초 중국에서 별그대 열풍은 사회현상으로 이어질 만큼 거셌다. 인터넷에서 마지막회가 방영될 때는 휴가를 내려는 여직원들이 몰려 아예 휴업한 화장품 공장이 나타나는가 하면 중국인에게 '귀가시계'라는 트렌드도 생겼다. 심지어는 상하이 한인타운 내 상점은 월세가 세배로 치솟고, 한국 브랜드의 상품 판매량은 급격히 늘기도 했다. 별그대 드라마 방영 이후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치맥(치킨+맥주)이 유행하는 등 문화현상으로까지 번지며 다양한 신드롬을 낳았다. 이에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1면에 "한국 드라마가 중국의 모범이 될까 ?"라는 기사를 통해 별그대 신드룸을 분석하기도 했다.
정치 행사에서는 고위 간부가 주요 현안을 제쳐두고 "왜 중국은 이런 히트작을 내지 못 했느냐"고 일갈한 적도 있다. 그러나 시 부부의 융숭한 말과는 달리 한류 상품의 현주소를 면밀히 살펴보면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속담처럼 별 그대의 실속은 별로 없다. 한국 제작사보다는 중국 인터넷사이트가 더 누렸다.

별그대는 드라마로는 중국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30억 클릭 뷰 이상을 기록, 대박을 쳤다. 별그대를 수입한 중국 인터넷 사이트 '아이치이'는 엄청난 수혜를 입고 탤런트 김수현에게 감사패로 답례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박에도 불구하고 별그대의 드라마 판권액은 회당 2470만원, 총 5억180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 드라마 온라인 판권액의 30%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1회 제작비도 안 된다. 지난 6월 영화판이 중국에서 개봉되면서 수익은 두배로 늘기는 했다. 제작사인 HB엔터테인먼트는 영화·드라마 판권 등 총 콘텐츠 판매금액은 11억9200만원.인터넷 전송권 및 영화판권을 팔았지만 방송사 판매는 불발됐다.

한국 영상물의 수출가격은 2005년 이후 매년 하락세를 이어왔다. 급기야 영화의 경우 평균 수출가격이 4만달러 수준이다. 한류스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20만∼100만달러를 받지만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편이다. 영상물 제작이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화 전문가들은 '별그대'가 중국내 한국 문화산업 콘텐츠 소비를 늘릴 것이라고 동의하면서도 현재와 같은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는 한류기반을 강화하기는 요원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중국은 외국방송콘텐츠에 대한 수입제한 및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전송에 대해서는 외국 콘텐츠에 대한 규제 및 사전 심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 한국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수출은 우회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거대 문화시장이다. 우리는 그동안 드라마, 영화, 'K팝'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까지 수출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문 및 현장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류'를 전파중이다. 하지면 한국 문화콘텐츠 헐값 수준이다. '별그대'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상속자' 등 다른 드라마의 판권액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우리 문화콘텐츠의 대 중국 수출은 ▲ 2009년 5810만 달러 ▲ 2010년 7495만 달러 ▲ 2011년 1억1189만 달러 ▲ 2012년 1억2393만 달러 등 연평균 28.1%의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문화콘텐츠 시장 규모가 129조원(2012년 기준)로 미국, 일본 다음으로 크다는 걸 감안하면 지극히 낮은 수치다. 따라서 공동제작 등 다양한 방식의 교류, 협력을 증대함으로써 시장 규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시진핑 방한 중 한국과 중국은 ‘한중 영화공동제작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공동제작된 영상물은 각종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 중국 정부 및 민간과도 2000억원 규모의 ‘한중 글로벌 합작펀드’ 조성해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한중 합작펀드’ 투자를 받은 콘텐츠는 공동제작물로, 협정에 따라 수입쿼터와 관계없이 중국시장 진출하거나 방송 규제 등을 받지 않는다. 즉 문화글로벌 전략을 수정해야할 판국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