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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다시보기]11-② 본회의장 방청온 국민들, 여야 기싸움에 회의 안열리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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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이 국회 구경하는 법
참관 예약은 3개월전부터 3일전까지 홈피에서

어린이 참관인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해설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어린이 참관인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해설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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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주상돈 기자]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은 국회 '방청'이다.
"의원님들 말씀에 동의한다고 해서 박수를 치거나, 반대한다고 야유하면 안됩니다. 의원님께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행동도 삼가주세요." 본회의 예정시간이 다가오자 방청객들이 속속 도착했다. 참관 업무를 담당하는 국회 의회경호담당관실 관계자가 이들에게 방청석에서 지켜야 할 사항을 일러줬다. "휴대폰은 반드시 끄고, 카메라와 음식물 반입도 금지입니다. 검색대에 서면 저희 직원들이 한 분씩 검색할 거예요."

방청을 온 국민들은 여야의 팽팽한 기싸움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경우도 생긴다.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2월12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두고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날 본회의는 예정된 시각을 훌쩍 넘겨서도 열릴 기미가 없었다. 해임건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기 때문에 이날 결단을 내야했다. 이를 두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본회의가 제 시간에 열리지 못한 것. 하지만 이런 속사정까지 방청인들에게 전달되진 않았다. 다들 영문도 모른 채 기다릴 뿐이었다.

이번이 세 번째 본회의 방청이라는 박모(62)씨는 썰렁한 본회의장을 바라보며 쓴소리를 했다. "우리나라 법을 만드는 나라님들이 국민을 배려할 줄 모르네. 이러니 국회가 제대로 안 돌아가지. 국회의원들 절반도 안 올걸. 빈자리가 저렇게 많은데 무슨 회의가 열려. 저 봐, 세종시에서 올라온 애꿎은 장관들하고 그 밑에 수행비서들만 고생하는 거야."
예상치 못한 해프닝에 의회경호담당관실 직원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 불만을 쏟아내는 방청인들을 일일이 상대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태산이었다. 이번엔 대구에서 올라온 방청인 200여명이 한꺼번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서울 관광을 온 대구예술대학 시니어아카데미 수강생 등 대구 시민들이 Y의원의 소개로 국회를 찾은 것이다. 방청석이 부족해 일부는 서있기도 했다. 이들도 처음엔 신기한 눈으로 본회의장을 구경했지만 30분이 지나도 회의가 열리지 않자 화가 잔뜩 났다.

"어쩔 수 없지. 갑시다, 가요." 지방에서 온 방청인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괜한 시간 낭비를 했다는 생각에 분이 안 풀려 본회의장을 향해 한마디씩 내뱉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망만 안고 갑니다!" "국민 위해서 일한다는 사람들이 얼굴도 안 보여" "국회의원이 약속을 안 지키면 어떻게 해!" 상황을 지켜보던 최오호 의회경호2담당 서기관은 "이런 일이 벌어지면 국민들에게 국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지는 것 같아 난처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의 국회의사당 방문은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본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는 '방청' 외에도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날에 회의장과 국회 곳곳을 관람하고 해설을 듣는 '참관'이 있다. 국회 참관은 참관 희망일 3개월 전부터 3일 전까지 국회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한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온 단체 참관인들을 맞이하며 이미지를 쇄신하는 의원들도 심심찮게 있다.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참관인들이 본회의장 방청석에 들어오고, 해설자의 설명이 시작되려는 무렵 어디에선가 나타난 J의원이 "내가 대신 설명해도 될까?"라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국회 건물에 얽힌 사연과 의미를 설명하며 입담을 과시했다. 또한 그는 "본회의장에 앉을 때 같은 상임위 소속끼리 모여 있고, 뒤쪽 자리일수록 명당이기 때문에 고참(중진의원)들이 앉는다"며 자리 배치에 얽힌 뒷이야기도 꺼냈다.

뒤이어 P의원이 나타났다. 그 또한 자신의 지역구에 사는 중학생들을 맞기 위해 왔다. P의원은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려고 법사위 회의 도중에 잠깐 나왔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교실을 빠져나온 것과 비슷한 것"이라며 "위원장님과 상임위 간사들에게 말씀을 드리고 나왔기 때문에 괜찮다"고 유머를 섞어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그는 "국회의원들 너무 욕하지 마세요. 저도 실제로 보니까 인상 좋죠?"라고 운을 뗀 뒤 "고래도 칭찬을 해주면 춤을 춘다고 합니다. 국회의원들한테 가끔 칭찬도 해주시고 더 잘 할 수 있도록 감시도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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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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