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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다시보기]9-① 공부 안하는 의원님? 스터디 그룹만 71개인데…

최종수정 2014.07.04 15:12 기사입력 2014.06.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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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시리즈 Story #9. '여의도 공부벌레들'과 의원친선협회

[국회 다시보기]9-① 공부 안하는 의원님? 스터디 그룹만 71개인데…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축하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모처럼 의원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덕담을 주고받았다. 지난 2월28일 국회 본관 의원식당 별실에서 열린 '우수 국회의원연구단체 시상식'에서다. 장내를 메운 보좌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상 받을 국회의원에게 안겨주려고 꽃다발을 하나씩 손에 쥐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19대 전반기)이 16개 우수 국회의원연구단체에 차례로 상을 수여했다.

의원연구단체는 국회의원들이 모여 통일·외교, 정치, 경제, 복지, 문화 등 관심 분야에 대해 연구하는 일종의 스터디 모임. 의원 입법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4년 설립됐다. 이날 박 전 부의장은 "지난해 70여개 의원연구단체가 제출한 정책연구보고서가 110건, 세미나 317회, 발의한 법률안이 1072건"이라며 "명실공히 '일하는 국회, 공부하는 국회'라는 의정 모습을 보이는 데 중심이 됐다"고 호평했다. 16개 의원연구단체 대표의원들은 각각 상패와 상금 500만원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시상식은 30분으로 예정됐지만 본회의가 열리는 도중이어서 속전속결로 진행돼 13분 만에 끝났다.

1994년 대학발전연구회로 시작…농어촌·금융발전·다산사상 등 다뤄
구성요건 까다로워 개인적으로 만나 가입 부탁하며 '딜' 하기도


◆20년 된 의원연구단체 이모저모=의원연구단체는 20년 전 18개로 출발했다. 1호는 대학교수 출신 의원 29명으로 구성된 '대학발전연구회'. 이 외에도 같은 해 다산 정약용을 좋아하는 의원들의 친목모임에서 출발한 '다산사상연구회', 농촌 출신 의원들로만 이뤄진 '농어촌문제연구회', 금융 전문 의원들이 모인 '금융발전연구회' 등이 생겼다. 20년이 지난 지금 의원연구단체 수는 71개로 4배 가까이 늘었고, 지원 예산액도 2억원에서 지난해 12억7800만원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가장 최근에 결성된 곳은 저출산ㆍ고령화 시대 대책 마련을 위한 '퓨처라이프포럼(대표 김무성)'이다.

의원연구단체의 구성 요건은 간단치 않다. 국회의원 10명 이상이 모이되 반드시 다른 당 소속 의원 2인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체의 대표의원들은 가입을 권유하는 공문을 돌리거나,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 넌지시 가입 제안을 하기도 한다. 당이 다른 대표의원들끼리 서로 자신의 단체에 가입을 부탁하며 소위 '딜'을 하기도 한다고. 의원연구단체가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의원당 3개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식으로 가입한 단체 외에 다른 단체에서 준회원 자격으로 비공식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의원연구단체의 존립은 보통 대표의원의 임기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국회경제정책포럼'은 대를 이어 살아남은 단체의 대표적 예다. 대표의원인 정희수 의원이 3선에 성공하면서 단체 구성 멤버만 바꿔 18대에 이어 19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우수 의원연구단체로 선정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가 많다. 대마도포럼(대표 허태열), 국회현장경제연구회(대표 고승덕), 미래과학기술·방송통신포럼(대표 박영아), 클린디젤자동차포럼(대표 이명규) 등은 대표의원의 낙선으로 19대 때 사라졌다. 국회사무처 의정연수과 관계자는 "총선 때마다 의원 절반 이상이 낙선하기 때문에 의원연구단체도 4년마다 재구성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우수 의원연구단체는 어떤 절차로 결정될까. 매년 12월 의정연수과와 교수진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정책연구보고서와 세미나ㆍ공청회, 간담회, 입법 활동 등 의원연구단체의 한 해 활동을 심사, 평가한다. 점수에 따라 4개 등급(최우수·우수·장려·일반)으로 나눠 이듬해 연구활동비를 차등 지원하고, 우수 의원연구단체에 상도 주는 것이다.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단체는 다음 해부터 활동을 할 수 없는 게 원칙이지만 지금까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활동이 중단된 사례는 없다.
우수 의원연구단체 시상식 모습.

우수 의원연구단체 시상식 모습.


매년 2월 의정연수과·교수진 구성된 평가위서 우수단체 수상
각 분야 민간전문가와 연계 이상적…유명무실 단체는 과감히 정리를


◆의원연구단체 '좋은 예'와 '나쁜 예'= 앞서 말한 국회경제정책포럼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비결은 얼리버드식 운영에 있다. 대표의원인 정희수 의원실의 홍순기 비서관은 "세미나, 간담회 등의 자리를 의원들의 다른 일정이 없는 오전에 열어 참석률을 높였다"며 "주로 오전 7시30분~8시에 조찬과 함께 열고 있는데 보통 20~30명의 의원들이 참석한다"고 말했다. 새벽에 지역구에서 올라와 세미나에 참석하는 열의를 보이는 의원도 있을 정도라고. 주요 경제계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지난해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이 발제자로 참석했는데 대부분 정 의원이 직접 섭외했다는 후문이다.

이 단체가 가장 빛을 발하는 시간은 의원들 간에 질의응답을 주고받고, 토론을 벌일 때다. 딱딱한 분위기의 공식적인 회의와 달리 부담 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비서관은 "평소 같은 상임위 소속이 아닌 의원들끼리 대화를 나눌 자리가 흔치 않은데, 여기에선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 포럼은 정회원 14명 외에 준회원 자격의 의원들이 29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역사도 깊고 중진 의원이 많아 조력을 받을 외부 기반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이 단체 소속 회원들이 제출한 법안 45개 가운데 1인 창조기업에 관한 법률,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3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2년에는 국회 최초로 청년문제에 대해 다루는 의원연구단체 '청년플랜2.0(대표 박홍근)'이 설립됐다. 10여년간 청년ㆍ시민운동을 한 이력이 있는 박 의원 측은 "등원 전부터 청년문제를 다루는 의원연구단체에 가입하려 했지만 이 같은 단체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곳은 김광진(33)·이재영(38)·정호준(43) 의원 등 주로 30~40대 젊은 초선의원들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이 의원은 여야 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사안에 대해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해 '청년문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청년 일자리 문제와 창업 정책에 대해 다뤘다. 올해는 사회 초년생들의 고충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심사에서 '장려' 등급을 받았다.

의정연수과가 집계한 지난해 의원연구단체 활동 현황과 심사 결과에 따르면 최하위 등급인 '일반' 등급을 받은 단체는 총 14개다. 이들은 모두 정책연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내일을생각하는국회의원모임(대표 김한길), 국회혁신도시의원모임(대표 유승민), 미래한국헌법연구회(대표 이상민), 국회다문화사회포럼(대표 이자스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상민 의원실의 박창수 보좌관은 "지난해 국회의장 직속으로 세워질 예정이었던 '헌법개정연구회'로 대체 활동을 펼치려 했지만 설립이 무산되면서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원연구단체가 나아갈 길= 지난해 71개 의원연구단체에 12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자조와 푸념 섞인 말이 국회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여야를 초월한 스터디 그룹으로서 '일하는 국회, 공부하는 국회'를 이끌어내자는 당초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 의원연구단체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실질적 보탬이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구과정과 그 성과에 대한 보다 엄격한 평가·감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단체의 계획안부터 세부 활동내용, 예산 집행 내역 등을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그때그때 공개해야 한다"면서 "1년 단위로 모든 활동이 끝나고 난 다음에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단체들의) 노력을 이끌어 내기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 교수는 "연구 활동이 최종적으로 입법안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며 "이러한 정보들이 유권자들과 의정활동을 살피는 시민단체에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연구단체의 활동도 자연스럽게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관식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명목만 유지하고 있는 단체는 과감히 정리하고, 실질적인 연구단체로 활성화하도록 제도적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해당 분야 전문가와 함께 활동하도록 연계해 국회와 국민과의 괴리감을 줄일 필요도 있다"며 "민간 전문가 발굴을 위한 국회 내 전문인 발굴 부서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의원친선협회는 해외 출장용? "외교성과 본회의서 밝혀야"

매년 20개국에 해외 출장…"전문성·치밀함 갖춰 예산 낭비 비난 막아야"
국회의원의 해외 출장은 입방아에 자주 오른다. 외교단체 중 하나인 의원친선협회(이하 친선협회)는 상임위원회와 함께 의원들이 해외 출장을 가는 창구로 활용된다.

친선협회의 설립 목적이 출장은 아니다. 해외 의원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각국 의회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1966년 한독의원친선협회를 시작으로 현재 108개 국가와 친선협회를 맺었다. 한 국가당 회장 1명, 부회장 2명, 이사 4명으로 구성되는데 협회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의원 한 명이 2~3군데에 이름을 올려놓기도 한다. 국회사무처 국제국은 19대 임기 중 상대국에 한 차례는 방문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즉, 한 해에 20개국 이상에 출장 계획을 잡는 것이다. 지난해 친선협회는 20개국에 출장을 갔다. 올해는 지금까지 4개국에 다녀왔으며, 연말까지 총 39개국에 출장 계획이 잡혀 있다.

친선협회가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우리 정부와 외교채널이 구축되지 않는 국가와 교류할 때다. 이렇다 보니 협회 활동을 축소할 수도 없고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을 막아야 하는 딜레마에 놓일 때도 있는 것이다. 정해진 예산이 있기 때문에 해외 출장은 보통 중진급 의원으로 구성된 회장ㆍ부회장 1명씩만 간다. 모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친선협회는 거의 회장 중심으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 외 상당수 의원들은 자신이 어느 단체에 속해 있는지조차 모를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반해 한불의원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는 5선의 정세균 의원은 "출장 시 동행하는 의원 수가 너무 적다"며 "하는 일 없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자제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활동이 위축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친선협회 출장은 회당 소요 예산이 많게는 약 8200만원(한·아르헨티나와 한·칠레 친선협회)이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딱히 눈에 띄지도, 말로 설명하기도 힘들다. 이에 대해 국제국 관계자는 "특정 사안이나 목표를 갖고 접근하는 게 아닌 의원 간 교류를 통한 친선 및 국가 간 협력 증진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출장 결과보고서는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하지만 2011년에 4월 방문한 결과보고서가 2년이 넘은 2013년 7월에 나오거나, 국가 개황 설명이 주를 이루는 '구색 갖추기식' 보고서도 많다는 지적이다.
[국회 다시보기]9-① 공부 안하는 의원님? 스터디 그룹만 71개인데…

우리나라 의원들만 해외로 나가는 것은 아니다. 친선협회가 해외 의원들을 초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의 친선협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최근 외국 의회의 친선협회가 우리나라의 초청에 응해 방한한 사례는 2012년 한 차례(한·오스트리아 친선협회)뿐이었고, 지난해에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해당 국가나 의원의 사정으로 초청에 불응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올해는 멕시코, 폴란드, 니카라과 등 3개국의 친선협회가 한국을 방문했다. 국제국 관계자는 "한 해에 초청장을 보내는 국가가 5~6곳 된다. 과거에 상대국들에 보내놓은 초청장들이 제법 많기 때문에 최근엔 많이 보내지 않는다. 초청에는 기한이 없다. 예전에 보낸 곳에 또 보낸다면 결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친선협회는 18대 국회 때 18개, 19대 때 2개 더 늘었다. 지난해 김기식, 김현숙 의원이 각각 한·네팔과 한·오만 친선협회를 제안했다.

조관식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국회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는 "상대국에 대한 얕은 전문성과 인맥으로 우리나라 외교 현안과 상대국의 정책 결정과정에 영향력을 거의 끼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경우는 외교 목표를 설정한 후 상대국 교섭 대상자의 식습관까지 파악할 정도로 치밀한 정보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조 교수는 ▲전문성을 고려한 외교단체 배치 ▲의원외교-행정부 연계 시스템 구축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상호 방문 및 인맥 형성을 할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원외교를 결과보고서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의원 외교성과를 본회의에 보고토록 하는 등 정보가 공개되도록 함으로써 외유성 출장 비난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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