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재무 취약·공동계약 분쟁 재연 우려
원자력발전공사·중간지주회사 신설 제안
특별법 제정 필요성도 강조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한전 중심 원전수출 개편 한계"…근본 구조개편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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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수출 체계 개편 방안을 두고 학계에서 "임시방편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는 2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국전력공사 중심의 수출 창구 일원화 방안에 대해 "이원화 해소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원전 산업 가치사슬 전반의 수출 역량을 결집하기에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특히 한국전력의 재무 건전성과 구조적 역할을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한전이 누적 적자와 200조원 이상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금융 조달과 대외 협상을 주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전 수출이 수십 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초기 단계에서 주계약자의 신용도와 재무 안정성이 결정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또 한전이 2001년 전력산업 구조 개편 이후 원전 사업 기능을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이관한 지 20년 이상 경과하면서, 원전 기술과 건설관리 역량 측면에서도 제약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 현재 한전 내 원전 관련 인력도 200명 이하 수준으로, 현장 경험 부족 등으로 인해 독자적인 해외 사업 수행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인 공동 주계약 방식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과거 UAE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발생한 분쟁의 근본 원인이 단일 의사결정 주체 부재에 있었던 만큼, 공동 주계약 구조는 설계 변경이나 공기 지연, 추가 비용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을 재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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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현재 논의가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간 관계 재정립에 집중되면서 원전 산업 전반의 가치사슬이 배제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원전 수출 경쟁력은 설계(한전기술), 기자재 제작(두산에너빌리티), 핵연료(한전원자력연료), 정비(한전KPS), 시공(현대건설·삼성물산 등) 등 다양한 주체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확보되는데, 이번 방안은 이러한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센터는 단순 협약 방식이 아닌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원전 사업을 총괄하는 '원자력발전공사' 설립 또는 한전 산하 원전 중간지주회사 신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단일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사업 개발·건설·운영 등 전주기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러한 개편을 뒷받침하기 위한 '원자력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해당 법에는 원전 수출 전주기에 대한 정부 지원 체계와 인력 양성, 금융·기술 지원,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포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 주요 경쟁국이 모두 국가 차원의 법적 기반 아래 수직계열화된 체계를 구축해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만이 기관 간 협약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600GW, 약 3000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수요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가 수출 체계 개편의 '골든타임'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계기로 유럽 시장 진출 가능성이 열렸고, 사우디아라비아·베트남·튀르키예·필리핀·루마니아 등 신규 시장도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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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측은 "원전 수출 체계 개편은 기관 간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이번 기회를 단순한 협약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원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근본적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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