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98년 벨기에戰 이임생의 투지를 기억한다
선제골 노린 초반 러시 가능성
[상파울루(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박준용 기자]H조에서 가장 약한 팀이 최강팀을 이겨야 한다. 그것도 2골 이상으로.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리는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배수진을 친다. 전망은 어둡다. 벨기에 스포츠전문 매체 스포르트는 "한국은 이미 탈락"이라고 썼다. 미국 통계전문사이트 '파이브써티에이트닷컴(FiveThirtyEight.com)'은 한국이 벨기에를 이길 확률은 11%라고 봤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을 5%로 예상했다. 실제 확률은 이보다 더 낮을지 모른다.
▶그래도 의리! = 홍명보 감독(45)는 누가 뭐라든 박주영(29ㆍ아스날)을 선발로 기용할 것 같다. 26일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지난 두 경기에서 제몫을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수비수들을 교체하는 데도 소극적이므로 골키퍼 정성룡(29ㆍ수원)와 중앙수비수 홍정호(25ㆍ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24ㆍ광저우 에버그란데)도 바꿀 가능성이 적다. 결국 달라지는 내용은 벤치에서 대기하는 공격수를 얼마나 빨리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바꾸느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수비수를 빼고 지동원(23ㆍ도르트문트)과 이근호(29ㆍ상주), 김신욱(26ㆍ울산) 등 공격수들을 총동원하는 모험은 홍 감독 체질상 불가능하다. 반면 벨기에는 주전 선수 일부를 쉬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16강 이후에 대비한 포석이다.
▶두 골 이상? = 선택은 두 가지다. 우선 실점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노리는 방법이다. 대표팀의 득점선수는 2선 공격진에 몰려 있다. 구자철(25ㆍ마인츠)을 비롯, 좌우 날개 손흥민(22ㆍ레버쿠젠)과 이청용(26ㆍ볼턴), 이근호 등이 핵심이다. 양상에 따라 김신욱 지동원 등 교체선수를 일찍 투입하고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두 번째 벨기에와의 경기력 차이를 인정하고 초반에 선제골을 내주지 않는 운영 방법이다. 첫골을 내주고 만회하려다 대량실점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수비에 치중하고 공의 점유율을 지켜내다가 상대 실수를 틈타 먼저 골을 넣으면 두 번째 골 기회도 가능하다는 청사진이다.
▶날개를 펴고 멀리 날아라 = 이청용(26ㆍ볼턴)-손흥민(22ㆍ레버쿠젠)이 벨기에의 측면을 허물어야 한다. 허약한 측면수비는 벨기에의 아킬레스건이다. 왼쪽 수비수 얀 페르통언(27ㆍ토트넘)은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소피안 페굴리(25ㆍ발렌시아)를 막지 못해 벌칙구역에서 반칙을 했다. 이청용과 손흥민도 이런 장면을 만들 수 있다. 단, 활발히 움직여야 한다. 한국과 벨기에는 H조에서 적게 뛰는 팀에 속한다. 러시아가 경기당 115.8km, 알제리가 113.6km를 달렸지만 한국은 110.5km, 벨기에는 109.1km를 뛰었다. 구자철(25ㆍ마인츠)이 경기마다 11km이상을 뛰며 분전하고 있고 박주영(29ㆍ아스널)도 보기와 달리 1차전 55분간 6.38km, 2차전 58분간 6.654km를 뛰었다. 문제는 움직이는 폭과 타이밍이다.
▶좋은 기억을 재생하라 = 한국은 월드컵에서 벨기에와 두 번 만나 한 번 비기고 한 번 졌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 0-2로 졌고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는 1-1로 비겼다. 홍명보(45) 대표팀 감독과 마르크 빌모츠(45) 감독은 프랑스에서 선수로 대결했다. 벨기에 입장에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판이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을 만난 벨기에는 그때까지 2무승부를 기록해 한국을 이기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으로 앞서던 후반 26분 유상철(43)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임생이 피가 철철 흐르는 이마를 붕대로 싸맨 채 공중볼을 다투며 독하게 뛴 한국은 기어이 벨기에의 조별리그 통과를 막아섰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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