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소업체의 말을 들어보니 상황은 정 반대였다. 중소 예식장을 대변하는 단체인 전국혼인예식장업연합회의 김선진 사무국장은 "'자율'이란 건 이름 뿐"이라며 "대기업들에게 다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연합회는 지난해 말 예식장에 대한 적합업종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3월 유장희 위원장이 예식장업을 포함한 12개 항목을 5월 중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을 때만 해도 적합업종 지정 가능성은 컸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대기업의 동의가 없어도 합당한 이유만 있다면 동반위의 조정과 심의를 통해 적합업종 선정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대기업에 가해질 역차별까지 고려해 적합업종을 선정하겠다'는 동반위다. 결국 협회 내부에서는 적합업종은 포기하고 자율협약이라도 맺자는 결론을 내렸다. 김 사무국장은 "대기업들이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적합업종 선정이 안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011년 만들어진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4년만에 '유명무실'이 된 것이다. 앞으로 또 다른 사례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순순히 적합업종 선정에 동의하는 대기업이 있기나 할까. 동반위는 이제라도 적합업종 제도에 힘을 실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의 경쟁력도 과거에 비해 강해졌지만, 대기업에 대항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힘을 기르기에 4년은 짧아도 너무 짧은 기간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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