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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한인후손문화원' 설립…"눈물 젖은 아리랑 듣고 결심"

최종수정 2014.06.11 11:22 기사입력 2014.06.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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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문 민주평통 중미·카리브지회장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우리나라와 비수교 국가인 쿠바에 한인 후손들을 위한 소통공간인 '한인후손문화원'이 문을 연다. 110년 멕시코 한인 이주 역사상 최초인 데다 민간 단체 주도로 이뤄낸 성과라 더욱 뜻깊다는 평가다.

오는 8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미·카리브지역협의회 주도로 '호세 마르티 문화원 한국-쿠바 문화클럽'이 개원한다. 이 협의회에는 멕시코·과테말라·에콰도르 등 13개국의 자문위원 6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10일 서울을 방문한 오병문 민주평통 중미·카리브지역협의회 회장(50)은 "문화원이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쿠바의 지지를 끌어내는 상징적인 장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가 문화원 건립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쿠바에서 치러진 민주평통 주최의 8·15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고부터다. 오 회장은 "한인 후손들이 행사에서 아리랑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한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며 "그 이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고민하다가 문화원 건립을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의 뜻에 공감한 자문위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기금 4만7000달러(약 4780만원)와 재외동포재단 지원금 1만8000달러(약 1830만원) 등이 문화원 건립 예산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쿠바 최초의 한인 후손을 위한 건물이라 현지 정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는 일이 녹록지 않았다.
"쿠바 정부는 문화원을 세우겠다고 하자 한마디로 거절했습니다. 수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여러 차례 멕시코에서 쿠바로 넘어가 관계자를 만나 설득했습니다. 한인 후손도 쿠바인이라는 점을 내세웠죠. 6개월 걸렸어요. 그러자 두 가지를 요청하면서 건립을 허락했습니다. 이름은 반드시 '한국-쿠바 문화클럽'으로 정하라는 것과 한국 정부가 나서지 않고 민간 교류 사업임을 표명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 회장은 쿠바 최초의 한인을 위한 건물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코트라 아바나무역관(관장 서정혁)의 도움을 받아 최고의 자재들을 구입해 꾸미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원은 쿠바 수도 아바나의 신(新)시가지에 세워진다. 대지 면적 537㎡(162평), 연면적 293㎡(89평)에 1층 건물로 한국전통박물관·이민역사유물박물관·호세 마르티 문화관·시청각실·한글학교·행사장 등이 들어선다. 문화원 명칭에 쓰인 호세 마르티(1853∼1895)는 쿠바의 독립 영웅이자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중요 인물이다.

한편 110년 전 멕시코에 도착한 한인 후손 가운데 274명은 1921년 쿠바로 재이주했다. 현재 1100여 명의 후손이 아바나에 살고 있지만, 한국말은 거의 못하는 형편이다. 이 가운데 순수 혈통은 8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회장은 오는 8월10일 광복절 기념행사를 겸한 문화원 개원식이 끝나면 13개 국가별로 한국사 관련 퀴즈 행사 '통일 골든벨'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우승·준우승자들을 멕시코로 초청해 축제 형식으로 결승전을 연다는 계획이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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