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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공영방송 사장, 제대로 뽑으려면

최종수정 2020.02.13 09:41 기사입력 2014.06.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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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선임 방법 바꿔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그(길환영 KBS 사장)는 꿋꿋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존재의 가벼움이야 어떻든 저떻든 중요치 않은 모습이다. 2일 사내TV를 통해 길환영 KBS 사장은 "불법적 파업과 악의적 주장을 거두라"며 파업 중인 KBS 노조원들에게 업무 복귀를 촉구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상황이다.

공영방송 KBS가 '길'을 잃었다. 국민들로부터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는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일진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후보시절에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 '공영방송은 국민이 주인이다'를 강조하면서도 막상 대통령에 당선되면 제일 먼저 장악하는 곳이 KBS였다.

 

 

KBS 양대 노조는 지금 총파업 중이다. 세월호 침몰로 제대로 된 재난방송을 하지 못했다는 데만 그 이유가 있지 않다. 그동안 참고 참았던 울분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보도에 간섭하고 권력에 유리한 기사만 비중 있게 처리하도록 지시한 '길환영 사퇴'라는 촉매제가 분명 있었다. 좀 더 본질적으로 파고들면 그동안 'KBS 사장'을 제대로 뽑지 못했다는 자괴감이자 내부 반성이다.

국민의 방송임에도 KBS 사장은 국민이 뽑지 않는다. 공영방송인데도 KBS 사장은 직원들이 선출하지 못한다. 11명으로 구성돼 있는 KBS 이사진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시스템이다. 11명의 이사진 중 7명은 여당 추천이고 4명은 야당 몫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정부 인사'가 사장에 임명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쯤 되면 권력이 바뀌는 5년마다 KBS 조직이 어떻게 움직일지 가늠해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관리자급인 차·부장이 되는 순간부터 언론의 기본과 원칙보다는 권력의 줄을 탄다. 청와대에서 손가락 한 번 까딱하면 '헥~헥~' 거리며 충견(忠犬)같이 달려가는 자(者)들도 수두룩하다. '존재의 가벼움'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그런 조직에 '강한 자에게는 강하고 약한 이에게는 무한히 약해야 한다'는 언론의 기본 원칙을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KBS 부장단들도 "길환영 사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외쳤다. 과연 스스로 떳떳하다 할 수 있을까. '길환영은 물러나야 한다'는 그 외침에서 부장단 스스로 '나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 사람, 몇이나 될까.
KBS 총파업의 끝이 '길환영 사장' 사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길환영 개인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공영방송의 리더를 어떻게 뽑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 총파업의 결론은 '제대로 된 KBS 사장'의 선출 방법에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 법조계 등에서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은 특별다수제 도입이다. 사장을 뽑을 때 이사진 3분의2 이상이 동의해야 사장을 임명제청할 수 있는 제도이다. 야당의 찬성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청료를 내는 국민의 직접참여를 통한 사장 선임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번 참에 진짜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기를 주문해 본다. 그 길이 권력만을 향해 '헥~헥~'거리는 충견(忠犬)들을 막는 방법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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