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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용서, 마음사이즈 맞추기(56)

최종수정 2020.02.12 10:26 기사입력 2014.06.0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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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

낱말의 습격


평생 동안 세상 사람들을
가르치고 다닌 말을
딱 한 마디로 요약해보라 할 제,
공자는
서(恕),이 한 글자를
집어올렸다.

그는 왜 그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어짊(仁)이나 큰 깨달음(道)이란 말 대신
어쩌면 좀 낯설어 보이는
이 글자를 택했을까.
남을 용서하는 일,
그것이 그에게도 그렇게 쉽잖은 일이었으며
평생을 지고 나가야할 묵직한 생각의 항아리같은
것이었던가.그것이 모든 삶의 옳은 출발이며
또한 옳은 끝이라는 생각을
하였던 것일까.
恕 자를 들여다 보노라니,
같은(如) 마음(心)이다.같아지는 마음이다.
마음이 같아지는 것,
그것이 세상 삶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란 말인가.
실은 그렇게도 우리가 자주 <우린 한 마음이야>라고
호언하고 그것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던
그 정신적 유대가 바로,
공자가 입이 닳도록 말한 생각들의
중심이었던 말인가.

얼핏 들여다보면 성낼 노(怒) 자와 아주
닮아있는 이 글자는,성냄과 용서함이
그리 멀지 않음을 웅변하는 듯 하다.
아니 그 성냄과 용서함이 아주 멀지 않았으면 하는
인간의 희원(希願)을 글자에 담은 것일까.
살이(生)에서
나는 얼마나 흔히 성내고,
그러나 그 성낸 마음의 고집과 자존심에 취하여
용서할 줄 몰랐던가.용서함이란
성낸 마음의 끝오라기에
여전히 떨고 있는 첫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인데도
왜 나는 그런 회복과 화해를
두려워하였던가.

성냄과 용서함이라는 두 가지 마음짓에는
아주 섬세한 마음의 이동이 있다.
성냄은 기(己)의 마음이다.
마음이 내 몸에 붙어 내 몸의 기세를 드높이는
행위이다.나는 흥분한다.공격적이고
배타적이다.나의 잣대에 타인을 맞추고
그 규격을 벗어난 타인에 대해 가차없는
비난을 퍼붓는다.성냄의 기본 특징은
타인에 대한,자기성찰 없는
엄격함이다.

용서함이란 타(他)의 마음이다.
비로소 나로 승(勝)한 마음과 몸의 기세를 접고,
찬찬히 타인을 들여다보는 마음이다.
이윽고 내가 타인이 되어,
그의 입장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다시 나를 바라보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의 상태를 말하기 위하여 공자는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하여 내 마음이 타인의 그 마음과
온전히 같아질 때,그걸 용서라 부르는 것이다.
성냄에서 용서함으로 옮겨가는 것은,
내 몸 속에 외눈으로 뜨고 있던 자아의 분개가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깃든 겹눈으로
따뜻하게 거듭나는 것이다.

용서란 어찌 보면 사랑하기 위한
가장 필요한 준비이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반듯한 마음밭이 필요하다.
그 마음밭이 헝클어진 채
사랑을 구하는 것은,
그저 욕망일 뿐이요,사랑에 빌붙어 가엾은
자기 최면으로 스스로를 속이려는
삿된 치기일 뿐이다.스스로 가지런해지지 않으면
타인의 마음이 될 수 없다.
마음 속에 성난 자기만 들어차 있는 삶에게
이타(利他)의 자기희생을 기대할 수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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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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