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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무웅 "순수-참여는 오늘의 쟁점을 담아내기에 시효가 지난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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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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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민중문학론'을 주창, '문학의 현실 참여 이론'을 이끌어 왔던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73, 사진)는 "세계의 파멸에 저항하는 문학'이 오늘의 새로운 참여문학"이라고 정의했다.

염 교수는 17일 우리 시대의 안과 밖을 문화적으로 성찰하는 '문화의 안과 밖' 17강좌에서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의 정치사회적 갈등과는 다른, 새롭고도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문학이 자원의 고갈, 인구 폭발, 기후 변화, 종족 갈등, 빈부 격차 및 양극화 등의 문제와 맞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염 교수는 무슬림 소녀의 발을 씻기면서 "구원이 가톨릭 교회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문학이 수행하는 참여는 특정한 이념이나 고정된 형식을 통해서 이뤄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염 교수는 '문학의 현실 참여'라는 주제가 한국 근대문학의 출발 이후 오늘날까지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다는 전제에서 1900년대 이인직, 이광수, 한용운에서부터 2010년 젊은 시인·작가들까지 현실과 문학의 연관성을 짚어 봤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 그러하 듯 우리는 기존의 이념이나 고정 관념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금기나 억압에 구속될 필요가 없다. 오직 자유롭고 독립된 정신, 진실에 헌신하는 치열함만이 문학에서든 정치에서든 구원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그리하여 문학은 때로 우주의 사업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혹독한 고독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염 교수는 굳이 참여문학과 순수문학을 분별하려는 것은 덧없는 일이 됐다고 갈파했다. 이는 한국 문학사의 지리한 논쟁, 1930년대 카프문학과 함께 등장했던 참여와 순수의 이분법을 폐기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참여문학'이라는 주제는 논쟁 형식으로 1960년대를 뜨겁게 달궜다. 이와 관련, "60년대는 지금과 달리 문학이 사회적 의제의 공급원 노릇을 하던 시기였으므로 순수, 참여 논쟁은 문단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진보·보수 세계관을 대표하는 시금석으로 유통됐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문단 바깥에는 순수문학 대 참여문학의 대립 구도가 고정관념처럼 남아 있다. 그 시각으로 오늘의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순수-참여논쟁은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므로 오늘의 쟁점을 담아내기에는 시효가 지났다."
염 교수는 "시인·작가들의 직접적인 관여를 요구하는 현실 사회의 호소와 압력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해왔다"며 "문학의 현실 참여는 작가의 내면에서 솟아난 주체적 욕구이면서 동시에 외부 현실에서 가해지는 객관적 요구"라고 정리했다.

"문학의 현실 참여 또는 '문학과 현실의 관계라는 주제는 한국 근대문학이 출발한 1900년대 이래 오늘날까지 한번도 우리곁을 떠난 적이 없다. 좀더 일반적인 관점에서 문학이 어떻게 현실이 관여하는가. 또한 현실로부터 문학이 어떤 제약을 받아왔는가를 살펴보고 문학의 문학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깊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어 염 교수는 "문학의 현실 참여에서 말하는 현실은 높고 넓고 깊은 것"이라고 되새겼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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