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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무웅 "김남주 시전집 작업, 정본 확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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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염무웅 "김남주 시전집 작업, 정본 확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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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염무웅(평론가, 73, 사진) 영남대 명예교수가 올해 고(故) 김남주 시인(1945~1994)의 별세 20주기를 맞아 후배 평론가 임홍배와 함께 '김남주 시전집'과 평론모음집 '김남주의 문학세계'(창비 출간)을 엮었다. 반년에 걸친 김남주 시인 문학세계 재조명작업을 마치며 "좀 더 많은 사람이 김남주 문학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해주길 기대한다"는 말로 그간의 소회를 피력했다.

염 명예교수는 김남주 시인을 "변혁운동의 뜨거운 상징으로 한국시사에 우뚝한 자취를 남긴 인물"로 평가했다. 이어 "김남주 시인은 혁명가로는 실패했을지라도 시인으로는 영구히 남을 만한 업적을 남겼다"고 술회했다.
염 명예교수는 '학식과 덕망을 갖춘'이들이 즐비한 강단의 교수이기 이전에 민족문학의 또 다른 전위로 대한민국 진보문학계를 대표하는 평론가다. 또한 70, 80년대를 상기시키는 문학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저녁이면 소소하게 도심 공원을 산보하며, 평범한 말년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문단과의 교류, 신문 칼럼, 평론 작업, 집필 활동 등을 늦추는 법이 없다. 이번 작업도 그런 열정의 산물로 이해된다.

김남주 시인이 시의 전위였다면, 염무웅의 문학관이 담긴 ‘민중문학론’ 역시 70, 80년대 문학 비평의 맨 앞에 놓여 있다. 가장 어두웠던 시대이면서 가장 뜨거웠던 시대의 시인과 평론가가 통섭해 시전집과 평론모음집을 이뤄내자 반기는 독자들이 많다. 문단도 염 명예교수의 작업에 일일이 노고를 치하하는 분위기다. 염 명예교수는 김남주 문학의 의미를 "우리에게 퇴색돼 버린 청춘과 이상, 꿈을 다시금 일으켜 세워준다"고 새겼다.

염 명예교수는 "김남주 시의 당대적 맥락과 현재적 의미를 다각도로 조망하고 그의 시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해야 하는 만큼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완전해지려고 많은 공을 들였다"고 작업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김남주 문학을 결산하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일은 정본을 확정하는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김남주 시인의 전체 작품 519편 중 절반 이상 옥중에서 쓰여졌다. 대부분 간수의 특별한 도움을 통해 세상에 나온 시가 많다. 일부는 가족이나 면회 온 후배들에게 구술로 전해 본래 쓴 것과 다른 시들도 있다. 이런 까닭에 출옥 후 김남주 시인은 작품을 수정하거나 두편을 합쳐 한편으로 개작한 경우도 여럿 있다. 또한 중복 수록된 작품도 다수 발견된다.

이번 시전집은 그의 시를 전 시집에 걸쳐 면밀히 검토해 시 텍스트를 확정하고 작품의 개제(改題) 내역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각 시의 집필 시기와 제재 등도 고려해 시의 순서를 세심하게 새로 배열, 김남주 시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본으로 완성했다 .총 7부로 구성된 전집은 시의 집필 시기에 따라 시인의 초기작과 옥중시, 출옥 이후의 시로 나눠 엮었다.

편역작업을 마친 염 명예교수는 "김남주같은 이들을 다시 불러 들이는 시대다. 김남주 문학은 정신이 뜨거웠던 70, 80년대를 상기시킨다. 지금 후퇴하는 상황을 마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둘 수 없게 한다"는 말로 김남주 문학의 유효함과 부활을 강조했다. "문학은 현실에 복무해야 한다"는 염 명예교수의 오랜 지론을 다시금 새기게 하는 말이다.

이처럼 아직도 염 명예교수는 평생 창작자의 생산을 독려하고, 생산된 작품을 다시 독자들에게 돌려주기를 힘써 온 자신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김남주 문학과 독자들을 잇고, 7080 시대와 더 이상 변혁의 가능성을 이야기하지 않는 시대를 잇는 문학 매개자의 정신이 오롯한 까닭이다.

평론집과 관련, "49세의 이른 나이로 타계하기까지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김남주의 시세계에 관해 여러 필자의 다양한 평론을 묶였다"며 "당대의 현장성이 살아 있는 주요한 기존 평문들을 엄선하고 김남주 문학을 규명하기 위한 새로운 논의를 대폭 보충해 수록했다"고 설명했다.

염 명예교수는 김남주 시인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염 명예교수는 창작과 비평사 편집장으로 재직하던 1974년 김 시인을 추천, 등단케 한 장본인이다.

"여름쯤인가 아주 발랄하고 기상에 찬 시들이 투고된 걸 봤다. 그걸 창작과비평에 싣고 나서 비로소 만났다. 시들과 달리 참으로 순박하고 어진 인상이었다. 항상 싱글벙글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이다. '물봉'이라는 별명이 왜 생겼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염 전 교수의 회고다. '물봉'이라는 별명은 김남주 시인이 워낙 사람이 좋아 붙여진 별명이다.

한편 김남주는 1945년 전남 해남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전남대 영문과에 입학, 유신반대 운동에 앞장서다 1973년에 8개월의 옥고를 치렀으며, 대학에서 제적된 후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1974년 '창작과비평'에 '잿더미', '진혼가' 등 8편이 실리며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오랫동안 투옥됐다가 1988년 출옥, 1994년 생애를 마쳤다.

"모름지기 시인이 다소곳해야 할 것은/삶인 것이다/파란만장한 삶/산전수전 다 겪고/이제는 돌아와 마을 어귀 같은 데에/늙은 상수리나무로 서 있는/주름살과 상처 자국투성이의 기구한 삶 앞에서/다소곳하게 서서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그것이 비록 패배한 전사의 삶일지라도" ('시인은 모름지기' 부분)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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