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지난 25일 청와대 충무관.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을 앞두고 양측 보좌진들이 대기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생생하게 방송됐다.


백악관 보좌진들은 세월호 참사와 북한 핵 문제 등 양국 정상 회담의 무거운 주제를 의식해 줄곧 엄숙하고 진지한 모습이었다. 몇몇 보좌진들이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심각한 표정이었다. 무표정한 얼굴의 이들에게서 평소 미국인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반대편에 자리를 잡은 청와대 보좌진들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서인지 수석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일부 수석들은 활짝 웃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엄중함, 엄숙함,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장면을 보며 기자는 순간 불편함이 밀려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울고 있는 추모객들의 모습과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이날 청와대 수석들의 미소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엄숙한 애도 분위기를 외면한 처사였다. 엄숙하고 진지하게 개최된 양국 정상회담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양국 정상들은 회담에 앞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하는 등 애도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였다. 기자회견도 양국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성과를 설명하는 선에서 그쳤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악화된 국민 여론을 정치적인 이슈로 덥으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1박2일간 방한 기간중 백악관 측의 신중 모드도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위로의 마음을 담은 징표로 세월호 참사 당시 백악관에 걸렸던 성조기를 박 대통령에게 건넸다. 안산 단원고에는 연민의 뜻을 담은 목련 묘목을 전달했다. 서울 경복궁을 30분가량 둘러봤지만 문화체험 일정과 전통 공연 관람도 취소했다. 비통에 빠진 한국인들의 정서를 고려한 것이다.


요즘 재계도 엄숙 모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면서 기업들도 자극적인 마케팅이나 홍보는 자제하고 있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애통함을 고려해 기업들의 행보가 더욱 신중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업들과 경제단체들은 세월호 기부금 전달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수습이 장기간 걸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탓이다. 정부 차원의 보상책과 지원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먼저 나설 수 없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재계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기업들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국가적인 재난 사태일수록 기업들이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해야 된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지금처럼 세월호 참사에 따른 엄숙 모드를 유지하면서 경영 활동에 몰두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 일부 수석들의 처세는 비판받을 만 하다. 공식 석상에서의 미소와 웃음은 침통에 빠진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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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보고싶어 하는 모습은 관료들의 엄중하고 진지한 모습일 것이다. 그들은 웃음 보다는 국민의 아픈 마음을 달랠 정책을 내놔야만 한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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