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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지구에서 태어난 인간…우주에서 셀카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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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서 근무중인 美 우주비행사 , 유영 사진찍어 SNS에 업로드

▲네발에서 두발로, 두발에서 우주까지…'걷기'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네발에서 두발로, 두발에서 우주까지…'걷기'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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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우리나라 시간으로 24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비행사 두 명이 '우주유영'에 나섰다. 백업 컴퓨터 수리를 위한 목적이었다. 이 중 한 명의 비행사가 자신의 우주유영하는 모습을 '셀프카메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우주에서 전송돼 온 셀카에 지구촌 사람들은 부러움과 놀라움을 표현했다. 한 이용자는 "뒷배경을 보니 지금 우주선이 밤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다"며 "그곳에서 몸 건강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답글을 남겼다.

인간은 두 발로 걷는 동물이다. 생명체가 진화하면서 다른 포유류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직립 보행'이다. 손의 자유로움을 얻으면서 인류는 문명을 만들고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런 인류가 이제 '지구걷기(Earthwalk)'를 넘어 '우주걷기(Spacewalk)'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인류가 우주를 탐험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관찰하고 달과 해를 그려 보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말이다. 모두 지구 대기권 안에서만 가능했던 일이다. 21세기 지금 인류는 지구 바깥으로 나가고 있다. 우주선을 타고 우주 공간으로 떠난다. 지구 바깥에서 우주를 연구하면서 인류는 우주에서 걷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우주비행사들의 우주유영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엄마의 자궁 속에서 헤엄치는 아기를 연상케 한다.

엄마와 아기는 10개월 동안 한 몸이다. 10개월 동안 아기는 엄마의 '작은 우주'에 머문다. 엄마의 자궁이다. 이 '작은 우주'에서 아기는 헤엄치고, 손가락을 빨고, 웃으면서 하나의 생명체로 자란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탯줄'이다. 엄마와 아기를 연결하는 생명선이다. 우주와 우주비행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주비행사들은 몇 시간 동안 ISS와 우주선에서 벗어나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우주유영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tethers(테더, 밧줄)'이다. '테더'는 우주선과 자신의 몸을 연결해 어떤 비상 상황에서도 우주비행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생명선이다.

'작은 우주'에서 탯줄을 잡고 태어난 인류가 이제 '큰 우주'에서 테더로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생명줄로 인류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지금도 미래를 향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인류는 2030년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는 것을 두고 한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주유영도 그 연구 중의 하나이다.
우주유영은 다른 말로 'EVA(extravehicular activity)'라고도 부른다. 말 그대로 '우주선 밖에서의 행동'을 일컫는다. 우주유영의 역사를 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경쟁에서 비롯된 측면이 없지 않다.

최초의 우주유영에 성공했던 이는 당시 소련의 우주비행사 알렉세이 레오로프(Alexei Leonov)였다. 그는 1965년 3월18일 10분 정도의 우주유영에 나섰다. 소련의 우주비행사가 우주유영에 성공했으니 당시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미국 우주비행사로는 에드 화이트(Ed White)가 최초인데 1965년 6월3일 약 23분 동안 우주를 헤엄쳤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 우주비행사들의 우주유영은 짧은 시간 동안 가능했다. 우주기술은 더욱 발전해 최근 ISS 승무원들의 우주유영은 최첨단 장비를 갖춰 한 번 나가면 5~8시간 동안 지속할 수 있다.

우주유영의 세계 기록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 우주비행사도 있다. 러시아의 아나톨리 솔로비예프(Anatoly Solovyev)는 총 16번의 우주유영에 나서 82시간을 우주 공간에서 걸어 다녔다. 82시간이면 3일이 넘게 우주공간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다. 미국인으로서는 마이클 로페즈 알레그리아(Michael Lopez-Alegria)로 10번의 우주유용으로 67시간을 우주 바깥에서 시간을 보냈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유영에 나서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주 공간에서 인간에게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적 실험을 진행한다. 특히 중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유롭게 이동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인류가 화성에 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이다. 여기에 새로운 장비들에 대한 테스트, 위성과 우주선의 고장 난 부분을 수리하는 일 등도 중요한 임무들이다

우주유영을 시작하기에 앞서 비행사들은 특별한 우주복을 입는다. 우주복 안에는 산소와 마실 음료수 등이 들어있다. 이 우주복을 입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린다. 산소로 가득한 가압된 우주복이기 때문이다. 질소가 없는 순수 산소이다. 우주 바깥으로 나갈 준비가 끝나면 우주비행사들은 특별한 문인 '에어록(airlock)'을 통해 우주 공간으로 나선다. 에어록은 두 개의 문을 지니고 있다. 우주 공간으로 나서고, 우주선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다.

우주 공간으로 나서면 우주비행사와 우주선은 '테더'로 연결된다.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이다. 여기에 비상 장비가 하나 더 있다. 비행사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자신이 직접 조절하면서 움직일 수 있는 'SAFER(세이퍼, 비상용 로켓팩)'을 등에 지고 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이 '세이퍼'를 통해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세이퍼는 조이스틱을 이용해 우주비행사가 쉽게 로켓을 점화하고 조정해 이동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이다. 엄마의 '작은 우주'에서 태어나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인류가 '더 큰 우주' 공간에서 우주유영을 통해 우주개발의 진보를 시도하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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