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지난달 일반 기업의 사모 회사채 발행량이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은밀하게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이처럼 발행액이 늘어난 건 공모 회사채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하향 조정세가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라는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재무상태가 부실할 경우 사모사채 시장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사모 회사채는 그 특성상 공모 회사채처럼 증권신고서를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자금사용 내역과 발행정보 등을 밝히고 싶지 않은 기업들엔 안성맞춤이다. 때문에 주로 투기등급과 무등급 업체가 발행해왔다. 그런데 공모시장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A급 이상 업체들 중에서도 취약업종에 해당하거나 정보공개를 꺼리는 업체들의 발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실적악화로 등급하향 검토에 오른 대림산업(AA-), 재무비율 악화와 오너리스크가 겹친 CJ제일제당(AA), 계속되는 적자와 차입부담 등에 시달리는 OCI(AA-) 등이 사모사채 시장을 선택했다.
그 만큼 이들 업체들의 자금조달 부담은 커졌다. 사모사채의 발행금리가 높아서다. 호텔롯데와 CJ제일제당은 민평금리 대비 크게 높지 않지만 대림산업이나 한화건설, LG실트론 등은 0.4~0.6%포인트 정도 금리가 높았다.
김상훈 연구원은 "전통적 자금조달 시장인 공모사채시장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제조업의 혈액이라 할 수 있는 금융이 힘을 잃고 동맥경화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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