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연 세편에 책까지 쓴 박 감독…"아침 티타임이 창작의 힘"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연말부터 지금까지 시간을 분단위로 나눠 정말 타이트하게 보내고 있어요. 점심시간에 밥만 먹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고, 해내야 하는 프로젝트들도 몇 가지 있어서 그 작업들에 올인 중이에요."
2010년 TV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 출연했을 때보다 세간의 관심은 줄어들었지만, 일상은 더 분주해졌다는 박칼린 음악감독(사진). 그는 '고스트' '카붐' '미스터 쇼' 등 현재 상연 중인 공연 세 편을 연달아 무대에 올리는 와중에 지난 2월 두 번째 에세이집 '사는 동안 멋지게'를 펴냈다.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총감독 자격으로 지난달 초에는 러시아 소치에도 다녀왔다. 틈틈이 뮤지컬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얼마 전에는 한국삽살개재단 문화재지킴이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오전에는 연이은 미팅과 연습, 저녁에는 공연장을 오가며 동분서주하는 그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이다. 하루를 계획하거나 되돌아보고, 자신과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다. "우리 모두에겐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럿이 있을 때 감지하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들이 가지를 뻗어서 인생 속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죠."
하루 종일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는 직업상 박 감독이 혼자 있을 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차를 운전하며 이동하는 시간이나 집에서 빨래나 설거지하는 시간을 활용한다. 운전할 땐 음악이나 라디오를 듣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고. 출근하기 전 혼자 갖는 '티타임'도 빼놓을 수 없다. 직접 찻잎을 우려 마시는 아침시간 20분은 일상의 리추얼(ritual)로 자리 잡았다. 이 의식으로 그는 하루를 치열하게 살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아침 출근시간에 여유를 갖는 게 쉽지는 않죠. 하지만 조금 일찍 일어나서 잠깐의 조용한 시간을 갖는다면 하루를 훨씬 더 값지게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멈출 줄 모르는 상상은 결국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인 '공연'으로 귀결된다. 귀가 후 잠들기 전까지 그날 스텝들과 회의한 내용들을 검토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고. "불면증 때문에 머리 굴리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어요. 요란하게 꾸는 꿈 덕분에 공연 아이디어도 많이 건졌죠." 그는 신개념 버라이어티쇼 '카붐'과 지난달 막을 올린 성인여성 전용극(劇) '미스터 쇼'로 기존 공연 예술의 틀을 깨고 판을 넓히고 있다. 일 이야기로 시작한 인터뷰는 일 이야기로 끝이 났다. "'카붐'도 조금씩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고, '미스터 쇼'도 며칠 전 갓 올린 거라 몇 가지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또 시작해야죠."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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