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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통과 전 내용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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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대안, 법안 중 가장 많은 비율 차지하지만, 본회의 직전 공개
-관심법안 아니면 의원들, 구체적 내용 모른채 표결할 수 있어
-본회의 직전에 시민사회 등 법안 내용 접근 사실상 불가능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 가운데 가장 많은 안을 낸 곳은 어디일까. 정부? XXX 의원? 둘 다 아니다. 이름만으로 살펴보면 '위원장'이 가장 많다. 단순히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2월 국회에서 통과된 '특별감찰관법안',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 모두 발의자는 위원장으로 되어 있다.
18대 국회(2008~2012)의 경우 3423건의 법안이 처리됐는데 위원장이 낸 법안이 1443개로 가장 많고 개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1105개, 정부 발의 법안이 875개를 조사됐다. 19대 국회 들어 현재까지 처리된 법안 1070개 법안 가운데 의원 입법안은 466개, 위원장안은 419개, 정부 발의 법안 185개로 나타났다.

◆ 위원장이 제출한 법안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위원장이 제출한 법안이 많은 것은 상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유사한 법안들을 하나의 법안으로 묶어서 위원장 대안을 내놓기 때문이다.

실제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법안 심사과정을 보면 위원장이 "그러면 제1항과 제2항 제3항 ○○○ 법안을 소위원회에서 심사보고한 대로 이를 본회의에 부의하지 아니하고 이를 통합한 제4항 대안을 우리 위원회안으로 제안하고자 하는데 이의 없으십니까?"라고 한다. 여기에서 별다른 논란이 없을 경우 위원장안이 확정된다. 그리되면 위원장은 "체계 자구의 정리는 위원장에게 위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위원장 대안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위원장 대안은 우리 국회가 합의제를 표방하고 있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상충되는 법안들이 제출됐을 경우 쟁점 법안들을 같이 모아서 합의점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법안이 제각각 통과되어 법체계가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사법안들을 같이 심사해 위원회 공통의 안을 내는 것도 위원장 대안을 만드는 이유다. 여야 및 개별 의원들은 위원장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 상충되는 법안들의 조정 과정을 거쳐 단일한 법안을 만드는 것이다. 여야 및 각각의 의원들끼리 생각이 첨예하게 다른 점을 감안하면 의회에서 만든 법안의 정수는 위원장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꽁꽁 숨어 있는 위원장 대안 = 하지만 위원장안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부분의 위원장안이 본회의를 심의하기 직전이나 몇시간 전, 심지어 본회의 통과 이후에나 세상에 공개된다는 것이다. (상임위 전체회의나 본회의 과정을 통해서는 구체적인 법안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 실제 지난달 28일 통과된 법안 가운데 위원장안으로 제출된 법안 44개가 위원장안이었는데 이중 28개 법안은 법안이 의결된 28일 당일에 공개됐다. 나머지 16개 법안의 경우에도 일반인들이 볼 수 있게 된 시점은 법안 통과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이었다. 사실상 국민은 통과되는 법안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은 없는 셈이다.

통상적인 국회의 법안 처리 과정을 살피면 법안이 제출되면 입법예고 과정을 거쳐 소관 상임위에 전달된다. 여기서 입법예고는 입법 취지와 주요 내용 등을 국회 공보 및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리는 제도로 특정 법안이 본격적인 의회의 심의를 거치기 전에 국민과 이해당사자들로 하여금 해당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음을 알리는 제도다. 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사람들은 입법예고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견을 피력한다. 법을 만드는 곳인 의회에 민의가 수렴되는 시기이다. 하지만 위원장안의 경우에는 이같은 과정이 결여된 것이다. 법안 처리 진행상황 등을 공개 등을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국회사무처는 "법사위 의결을 거쳐 소관 상임위 위원장이 제안하기 전에는 의안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법안의 경우 특정한 단어 하나가 들어가거나 빠지는 경우, 각각의 조항이 어떠한 체계를 이루는지에 따라 내용이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것을 감안했을 때 법안 통과되기 직전에서야 법안을 볼 수 있는 것은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대안 제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공개가 통과 직전에 이뤄져 법안 내용들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대안이 나오면 최대한 빨리 공개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나 시민단체 등 감시자들이 알고 난 다음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은 "법안이 실제 논의되는 법안소위는 시민단체들이 방청허가를 요구해 승인을 얻어야 예외적으로 볼 수 있다"며 "복잡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법안의 내용을 의원들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표결에 임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위원장 대안 나왔으면 심의는 이미 끝났다" = 국회사무처와 상임위 입법조사관들은 대안이 본회의 처리직전에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논의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별도의 의견 수렴을 목적으로 하는 공개 과정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기존의 제출된 의안들을 병함심사를 함으로써 대안을 제안하는 것이니까 그 절차를 이미 거쳤다"며 "따로 절차들이 필요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상임위 관계자의 경우에도 "대안이 나왔다는 것은 이런저런 논의를 거쳐 합의가 나온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개를 한다는 것은 내용을 알리는 차원이 아니라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또 다시 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대안이 만들어진 단계에서는 본회의 말고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 공개를 한다고 해서 이견이 제기되면 다시 변경할 절차가 없으니까 공개 실익이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표결 과정을 거치기 전에 의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공개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회의원 보좌진은 "의원들의 경우 자신이 소속된 상임위가 아니면 세부적인 법안 내용을 모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쟁점 법안의 경우 의총 등을 통해서 법안 내용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지만 자유투표 법안의 경우 법안을 보고 판단을 해야 하는데 미리 보는 게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안이 공개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본회의를 앞두고 법안들이 급하게 처리되는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 소위에서 처리되고 상임위 전체회의 거쳐 법사위까지 가는데 빠르면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법안이 이렇게 처리되다 보니까 국회 시스템상 법안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벼락치기 식으로 법안이 통과되는 국회 관행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 법률전문가들은 "상임위 여야 간사, 위원장, 상임위 전문위원 등 소수만 법안을 다루다보니 법체계가 맞지 않거나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국회관계자는 위원장 대안과 관련해 "법사위에 넘어가기 전에 상임위에서 법사위에 제출한 대안은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친 법안의 경우에도 타상임위 의원들과 이해당사자들이 본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심의기간을 별도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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