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세기를 '콘크리트의 시대'로 규정하고, 이젠 건물과 환경의 자연스러운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일 사상 최초의 한국은행 총재 후보 인사청문회를 보며 약한 건축론을 떠올린 건 조화로운 개혁의 메시지가 지금, 한은에 절실하다 여겨서다.
이주열 신임 한은 총재 후보는 청문회에서 "결과만 놓고보면 2010년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해 5월 금리 인하도 "시장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중수 때리기' 속에 청문회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의원들은 결격사유가 없다며 그 자리에서 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기 드문 정책 청문회의 진짜 청문 대상은 결국 현 김중수 총재였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성과 자기관리에 이르기까지 이 총재 후보는 흠 잡을 데 없을만큼 무난한 차기 총재가 맞다. 하지만, 정통 한은맨의 귀환이 애써 시작한 한은 개혁의 중단으로 귀결될까 걱정이 남는다.
돌아보면 현 김 총재의 한은 개혁은 거칠고 서툴렀다. 앞서가는 글로벌 한은을 외쳤지만, 개혁 방식은 20세기 콘크리트 건축 방식에 머물렀던 셈이다.
그렇다고 철밥통, 폐쇄성과 싸우겠다는 대의까지 부정할 수 있을까. 이 총재 후보가 이끌 새 시대의 한은은 단단한 개혁의 정신에 조화의 부드러움을 더했으면 한다. 대나무에 콘크리트를 채워 단단한 기둥을 만드는 약한 건축식 개혁 말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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