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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주열의 한은, 개혁 멈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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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는 이른바 '약한 건축론'으로 현대 건축사를 다시 썼다. 요지는 '빠르고, 딱딱하고, 권위적인 것들과의 결별'.

그는 20세기를 '콘크리트의 시대'로 규정하고, 이젠 건물과 환경의 자연스러운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낡은 건축 바꾸기를 멈춘 건 아니었다. 현무암이 많은 제주도에선 스테인리스 스틸 그물에 돌을 얽어 지붕을 얹고, 대나무의 나라 중국에선 대나무 속을 콘크리트로 채워 기둥을 세웠다. '대나무 만리장성 집'같은 현대 건축의 걸작들은 그렇게 조화와 개혁이 어우러진 자리에 우뚝섰다.

19일 사상 최초의 한국은행 총재 후보 인사청문회를 보며 약한 건축론을 떠올린 건 조화로운 개혁의 메시지가 지금, 한은에 절실하다 여겨서다.

이주열 신임 한은 총재 후보는 청문회에서 "결과만 놓고보면 2010년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해 5월 금리 인하도 "시장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부총재로 한은을 떠나던 2012년 퇴임사에 담았던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60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고 있다"던 대목은 "(김 총재 취임 전)한은은 오랜 기간 쌓아온 평판과 성과, 다수가 수긍하는 객관성을 기준으로 인사를 해왔고, 구성원들도 이에 맞춰 자기 관리를 해 왔으나 이런 원칙이 단기 성과에 의해 외면되었음을 언급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중수 때리기' 속에 청문회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의원들은 결격사유가 없다며 그 자리에서 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기 드문 정책 청문회의 진짜 청문 대상은 결국 현 김중수 총재였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성과 자기관리에 이르기까지 이 총재 후보는 흠 잡을 데 없을만큼 무난한 차기 총재가 맞다. 하지만, 정통 한은맨의 귀환이 애써 시작한 한은 개혁의 중단으로 귀결될까 걱정이 남는다.

돌아보면 현 김 총재의 한은 개혁은 거칠고 서툴렀다. 앞서가는 글로벌 한은을 외쳤지만, 개혁 방식은 20세기 콘크리트 건축 방식에 머물렀던 셈이다.

그렇다고 철밥통, 폐쇄성과 싸우겠다는 대의까지 부정할 수 있을까. 이 총재 후보가 이끌 새 시대의 한은은 단단한 개혁의 정신에 조화의 부드러움을 더했으면 한다. 대나무에 콘크리트를 채워 단단한 기둥을 만드는 약한 건축식 개혁 말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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