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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왕' 김중수… 48번 금통위 중 40번 금리동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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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40번의 동결, 5번의 인상 그리고 3번의 인하. 13일 '고별무대'였던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동결을 택했다. 이달 기준금리는 종전 수준인 연 2.50%에 묶였다. 마지막으로 금리가 인하된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동결이다.

김 총재의 48번째 금통위 결과는 예상대로다. 밖으론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 변수에 크림반도 리스크가 추가됐고, 국내에선 가계부채 우려가 높아 운신의 폭이 좁았다. 전날 금융투자협회의 채권 전문가 대상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99.2%는 금리 동결을 점쳤다.
사실상 답이 나와 있는 금통위였지만, 이날 한은 브리핑룸은 오전 7시 무렵 이미 만원이었다. 고별무대에 선 김 총재의 표정을 담으려는 취재 경쟁이 뜨거웠다.

김 총재의 4년을 보는 시선은 두 갈래다. 시장에선 소통 능력 부재를 꼬집고, 행내에선 조직 안정성을 해쳤다 비판하지만 '철밥통' 한은에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엄존한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그는 2010년 4월1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외치며 취임했다. 하지만 시장과의 엇박자에 파격 인사, 독특한 표현으로 잦은 구설에 올랐다. "한은도 정부" "야근은 축복" 같은 말들은 통화정책 방향과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일 때 논란을 키우는 불쏘시개가 됐다.
'동결왕' 김중수… 48번 금통위 중 40번 금리동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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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취임한 김 총재는 취임 초 1년여 사이 다섯 차례나 금리를 올렸지만, 한창 물가가 오르던 2011년 6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12개월 연속 금리를 종전 수준에 묶어 '실기(失期)' 논란에 직면했다. 금리 방향만큼이나 문제가 됐던 건 시장과의 소통 능력이다.

이른바 '깜빡이 해명'을 불러온 2010년 하반기의 금통위는 김 총재의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힌다. 그는 2010년 7월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안정"을 강조해놓고 잇따라 금리를 동결해 시장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던 당시 김 총재는 "하반기 물가가 3%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고, 내년(2011년)에는 필히 3%를 넘는 물가상승률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런 언급을 힌트 삼아 늦어도 그해 9월에는 금리가 오르리라 점쳤다.

하지만 결정은 동결, 그 다음 달도 동결이었다. 김 총재는 그해 금리를 12월까지 종전과 같은 2.50%에 묶어뒀다.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비난이 일자 김 총재는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 적 없다"면서 "우회전 깜빡이를 켜 놓고 첫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할 수도, 두 번째, 세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2010년 연평균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3.0% 상승했고, 2011년 상승폭은 4.0%까지 확대됐다.

이런 일은 지난해에도 반복됐다. 김 총재는 새 정부와 금리 인하를 두고 설전을 벌이던 지난해 5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렸는데… (인하폭이 충분하지 않다면) 어디까지 가라는 것이냐"면서 금리 동결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발언 나온 뒤 불과 나흘 만에 열린 금통위에서 그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재임 중 마지막 금리 조정이었다.

김 총재는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신호로 시장과 등졌고, 파격 인사로 직원들과도 반목했다. 그는 2012년 2월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직급과 서열을 뛰어넘은 파격 인사를 단행하며 주요 부서장들을 한직인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냈다. 행내에선 이른바 '중수라인' 구축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직원들은 걸러지지 않은 언어로 총재를 공격했고, 김 총재는 행내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일부 글의 법적 처벌 가능성을 자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사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저성장 시대를 맞아 내리막길을 걸었다. 기저효과가 작용하긴 했지만 2010년 전년 대비 6.3%에 이르던 GDP성장률은 이듬해 3.7%로 떨어진 뒤 2012년 2.0%까지 하락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한은의 몫은 아니지만, 통화정책을 통한 경제성장이 세계 중앙은행 정책의 주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저성장·저물가 논란 속에서 김 총재의 임기가 끝나간다. 지난해 GDP 성장률은 재정·통화 정책을 총동원하고도 2.8%(잠정치)에 머물렀다. "누구나 한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겠다"며 취임했던 김 총재는 4년의 치적 평가를 "훗날 사회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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