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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수면장애…치료길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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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연구진, 생체리듬 관여하는 단백질 발견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경기도에 살고 있는 최 모씨(여. 72세). 밤이 찾아오는 것이 두렵다. 어둠이 짙게 내리고 모두들 잠자리에 드는데 최 씨만은 잠들지 못한다. 몇 달 전부터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병원을 찾았는데 무슨 영문인지 원인은 알 길이 없다.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했는데 한 알 먹으면 정확히 3시간만 잠에 빠진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잠을 못자니 낮에도 기운이 없어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최 씨처럼 수면장애는 한 사람에게 고통이다. 국내 연구진이 그 원인을 규명해 앞으로 치료제 개발의 물꼬를 텄다.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새로운 핵심인자(LSD1 단백질)를 발견한 것이다. 생체 리듬이 깨지면서 수면장애를 비롯해 시차에 따른 피로와 무기력증, 조울증, 우울증 등이 나타나는데 이번 연구결과가 앞으로 수면장애 치료제 개발에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생쥐의 뇌와 간에 존재하는 LSD1 단백질의 인산화(단백질이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과정)가 생체리듬에 따라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밝혀냈다. 전립선암이나 유방암 진행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LSD1이 생체리듬에도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낮에 주로 인산화 된 상태로 존재하는 LSD1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전사인자와 결합해 일주기 리듬 유전자들을 활성화시켜 리듬을 조절한다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LSD1(Lysine-specific demethylase1)은 히스톤 단백질 등에 결합된 메틸잔기를 떼어주는 탈메틸화 효소로 안드로겐 수용체나 에스트로겐 수용체 등과 결합해 전립선암과 유방암 진행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SD1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경로가 밝혀짐에 따라 수면장애 치료제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LSD1이 인산화 되지 않는 돌연변이 생쥐의 경우 밤에 주로 활동하는 정상 생쥐와 달리 낮에도 활동하며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장애 뿐만 아니라 시차 적응에도 LSD1의 인산화가 관련됨을 규명했다. 보통 생쥐는 이른 밤(초저녁)에 빛을 받으면 다음날 늦게 일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늦은 밤(새벽녘)에 빛을 받으면 다음날 일찍 일어나는 등 생체리듬이 재조정된다. 그런데 LSD1이 인산화 되지 않는 돌연변이 생쥐는 이런 재조정이 둔화됐다.

연구팀은 LSD1의 인산화를 조절함으로써 수면 장애 치료제 스크리닝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한편 해외 출원도 준비 중에 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백성희 교수와 남혜진 박사가 주도하고 고려대 손기훈, 선웅, 김현 교수, 서울대 김경진 교수, 경희대 조세형 교수가 참여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적 연구)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결과는 셀(Cell) 자매지 몰레큘라 셀(Molecular Cell) 온라인판 2월 27일자(논문명 Phosphorylation of LSD1 by PKCα Is Crucial for Circadian Rhythmicity and Phase Resetting)에 실렸고 3월 6일자(현지시간) 표지논문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다.

다음은 연구진과 일문일답.

-이번 성과의 특징은.
▲LSD1 단백질의 인산화가 생체리듬조절에 중요한 것을 처음으로 마우스 모델을 제작해서 개체수준에서 행동양식의 변화를 밝히고 그 원인을 확인한 것이다.

-어디에 쓸 수 있고 치료제 개발은 언제쯤.
▲신개념 수면장애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현재 국내 특허 출원을 완료하고 해외 출원을 준비 중에 있다. 후속연구가 진행돼야 하고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임상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5~10년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넘어야 할 산은.
▲수면장애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개발해야 하고 인허가 과정이 필요하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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