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엔 단연 관심이 집중된다. 올림픽엔 개인 성취도 중요하지만 국가 간 경쟁이라는 거대서사가 숨어 있다.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대한민국이 개최국 러시아나 동계 스포츠 강국 네덜란드를 이긴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금메달을 향한 열광만이 올림픽 정신은 아니다. 모든 참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을 실현한다. 1등이 아니어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숭고하다.
박승희 선수는 4명이 출전한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전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그녀는 짧은 레이스에서 두 번이나 넘어졌다. 선두로 달리는 중에 뒤에서 파고들어오는 영국선수가 미끄러지면서 건드리는 바람에 억울하게 금메달을 놓쳤다. 그녀는 두 번이나 넘어졌어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 전력으로 달렸다. 영국 선수의 반칙이 인정되어 그녀는 동메달을 수상했다.
어떠한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선택은 아름답다. 1등이 아니어도 장하고 자랑스럽다. 역설적으로, 1등이 아니어서 더 큰 박수를 받아야 한다. 1등은 과정보다 결과가 주목받지만 1등이 아닌 경우는 최선을 다 한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그것이 올림픽 정신이고 세계 시민 모두가 스포츠로부터 배울 수 있는 보편규범이다.
이 세계는 1등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윤재웅(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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