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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空기관장…경영이 녹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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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이후 낙하산 논란 거세지자 여론 눈치보며 늑장인사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혜민 기자] 국책 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장 자리가 공석이다.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자리다. 김용환 전임 행장은 지난 6일 퇴임했다. 하지만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 행장이 갑자기 물러난 것도 아니다. 임기를 모두 채우고 떠났다. 그러나 정부는 후임 인선을 왜 하지 않는지, 언제 임명할지 아무런 설명도 없다. 공모나 행장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등 통상적인 절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하마평만 무성하다. 임명 제청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아직 알아보고 있는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직원들은 후임 행장으로 누가 올 지에 관심을 쏟느라 정작 본인들의 업무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뒷전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단지 수출입은행만의 일이 아니다.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코스콤 등 수장이 비어있는 금융 공공기관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해 10월 이후 사장 자리가 비어 있다. 현재 이동춘 이사가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사장이 떠난지 4개월이 넘었지만 후임 인선은 오리무중이다. 특히 이 곳은 산업은행과 통합이 예정돼 있어 후임자를 물색하려는 관계당국의 의지도 약한 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사장 선임문제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지난달 16일 서종대 전 사장이 자진 사퇴한 후 사장 자리가 한 달 넘게 공석이다. 한국거래소의 자회사인 코스콤 사장 자리도 지난 11월 이후 비어있어 직무대행 체제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 공기관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이 사실상 인사권을 쥐고 있는 손해보험협회장 자리도 벌째 6개월째 공석이다. 금융당국도 정부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처럼 장기간 회장 자리가 비어있는 것은 협회 출범이후 처음"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수장의 공백 사태로 업무 차질은 물론이고 한 해 사업의 기본이 되는 사업계획 조차 못 짠 기관도 있다. 금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사업계획도 아직까지 확정 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안들은 쌓여만 가는데, 의사결정을 해 줄 사람이 없으니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비록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는 않지만 공기관 성격이 짙은 한국은행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김중수 총재의 임기 만료가 한 앞으로 다가왔지만 하마평마저 잠잠할 정도로 후임은 안갯속이다. 한은법 개정으로 차기 한은 총재부터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여야가 이견이 없더라도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린다. 이번주 안에 차기 총재가 내정되지 않는다면 오는 4월 금융통화위원회가 한은 총재없이 치러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부가 늑장인사라는 거센 비판에도 인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수장에 모피아(기획재정부·금융위 관료) 출신들이 대거 임명되면서 낙하산 논란을 빚자 인사에 더욱 신중해 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금융권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낙하산 인사를 강행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뿐 아니라, 얼마남지 않은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개인정보 유출 파문, 경제개혁 3개년 계획 수립 등 당장 처리해야 할 현안들로 당국이 인선에 신경쓸 겨를이 없어 당분간 인선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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