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주인 바꾸는 기업들
한진해운, 한진그룹에 경영권 넘겨…현대엘리베이터·팬오션도 인수대기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불황이 지속되면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1위 기업의 경영권마저 풍전등화에 놓이는 신세가 됐다.
해운업계 1위 한진해운의 경영권이 한진그룹으로 넘어간 데 이어 엘리베이터 업계 1위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도 외국계가 노리고 있다. 벌크 1위 선사 '팬오션'은 그룹 해체 이후 새 다른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신세가 됐다.
알프레드 쉰들러 쉰들러홀딩AG(쉰들러엘리베이터) 회장은 지난 7일 전 세계 애널리스트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텔레 컨퍼런스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채권단이나 금융당국에 의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면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한다면 국내 승강기 제조산업 자체가 사실상 외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연간 1만5000대 승강기를 생산하는 국내 1위 승강기 제작업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은 44.9%이며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16%, 오티스엘리베이터 14.7% 순이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눈독을 들여왔다. KCC의 경영권 위협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집이 다급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승강기 사업부문 매각을 전제로 쉰들러 회장과 LOI(Letter of Intent)를 맺은 것이 화근이 됐다.
이후 쉰들러는 '5% 지분 공시 룰(Rule)'을 위반하며 매물로 나온 KCC의 지분 25.54%를 인수한다. 이후 쉰들러는 LOI를 해지한 뒤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건설 인수를 반대하고 6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집해 지분 35.6%를 확보하는 등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매각 의사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이같은 인수 의지는 현재까지 꺾이지 않고 있다.
비슷한 상황은 해운업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국내 1위 해운선사인 한진해운은 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맞고 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위기의 해결책을 찾은 것은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한진그룹과의 계열 분리를 반대하던 조 회장을 찾아 한진해운을 정상화하고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조 회장의 경우 에쓰오일 지분 3000만주를 매각해 2조2000억원을 마련, 한진해운 인수를 위한 씨드머니 조성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해양에서도 선친의 '수송보국' 정신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벌크 1위 선사 '팬오션'도 유동성 위기 및 법정관리를 통해 새로운 주인찾기에 나선 상태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매각 허가를 받은 팬오션의 인수자로는 현대글로비스 등 국내 대기업들과 영국 조디악마리타임 등 외국계 해운회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운반업을 주로 담당하던 현대글로비스는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서면서 해운업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3자 물류 매출 비중을 늘려 그룹사 매출 비중을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팬오션 인수시 매출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다만 김경배 글로비스사장은 "국내 해운업체 인수ㆍ합병(M&A) 계획은 없다"며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1위 기업 상당수가 경기침체로 인한 유동성 위기, 외국계 기업의 M&A 시도 등으로 경영권이 바뀔 처지에 놓여 있지만 경기 회복시 다시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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