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금융당국이 '징벌적 과징금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정보유출 방지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유출된 정보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아도 분위기 전환은 쉽지 않다. 유출 사고가 해마다 반복되면서 '대책을 못 믿겠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대책에서 금융회사가 불법 유출된 정보를 활용하다 적발될 경우 매출의 1%를 과징금으로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1조원 매출을 기록했다면 100억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징금을 매기는 매출 기준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금융위는 불법을 저지른 영업에서 발생한 매출에 대해서만 징벌적 과징금을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최용호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카드론을 기준으로 평균 3년 매출로 하거나 대출모집인 관련 매출에 따라 과징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징벌적 과징금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금융회사가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느낄 정도로 부과하는 게 징벌적 과징금인데, 매출 일부를 기준으로 책정한다면 '징벌적'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고 말했다.
종합대책에 대한 냉소적인 분위기는 정보유출 관련 통계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3개 카드사의 정보유출 조회건수는 23일 중 1000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오전까지 920만여건이었던 조회건수는 그날 오후 종합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늘어 오후 6시 현재 970만6000여건으로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22일) 최종집계를 해보면 1000만건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3개사의 카드 탈회와 해지 건수도 22일 하루 동안 30만건 이상 증가하는 등 상승곡선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종합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금융당국은 고객 불만과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카드사에 이어 금감원은 최수현 원장의 지시에 따라 23일부터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금융위원회도 일일상황점검반을 가동해 매일 진행상황을 확인해 공개하기로 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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