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불발, 한숨 내쉰 정부·이통…한숨 돌린 제조
결국 해 넘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엇갈린 표정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휴대폰 보조금 공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되면서 정부,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사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행을 목표로 했던 단통법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법 여야 대치'라는 복병을 만나 끝내 좌초됐다.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재논의될 예정이지만 한시가 급한 정부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보조금 출혈경쟁을 막고 싶은 이통사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반면 법이 통과되면 정부에 영업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제조사는 시간벌기에 성공했다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들은 "단통법은 같은 휴대폰을 언제 어디서 구입하느냐에 따라 수십만원씩 가격 차이가 나는 잘못된 관행을 깨기 위한 법"이라며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법인데 정치적 문제에 막혀 1년 동안 공들인 법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방통위 한 공무원은 "단통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보조금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며 "오히려 보조금 법정 상한선(27만원)을 더 높일 계획이라 이통사들이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건전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도 더 많은 보조금이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부 관계자도 "과다 보조금 문제는 국회의원들도 지적했던 사안"이라며 "내년 임시국회에는 꼭 통과돼야 제조사 장려금까지 규제해 이동통신사 영업정지를 통해서도 뿌리 뽑지 못한 보조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도 울상을 짓고 있다. SK 텔레콤은 "내년 사업계획을 단통법이 통과된다는 걸 전제로 해서 세워놨는데 도루묵이 됐다"며 "영업 계획에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보조금 경쟁이 잦아들면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어 이통사들의 영업이익이 높아지게 된다. 뺏고 빼앗기는 신규 가입자 유치 경쟁 대신 장기가입자에게 혜택을 줘 고(高) 가입자당월별매출(ARPU) 고객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2, 3위 사업자와의 온도 차는 있다. KT나 LG유플러스는 단통법이 통과될 경우 보조금으로 영업을 해 가입자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어 5(SK텔레콤)대 3(KT) 대 2(LG유플러스)의 시장 구도가 굳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단통법이 발효되기 전까지 또 한 번 보조금 대란이 벌어질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와 같이 단통법에 반대해 온 제조사들은 일단 시간을 벌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단통법이 통과되면 제조사는 정부에 장려금 규모, 휴대폰 판매 대수 등 영업정보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에 크게 반발해왔었다.
미래부가 막판에 영업자료 제출 조항에 3년 일몰제를 적용하면서까지 삼성전자를 달래려 했지만 장려금 규모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삼성은 끝까지 불편해 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년 2월까지 시간을 벌게 된 셈"이라며 "2월에 논의하게 될 단통법의 내용이 일부 바뀔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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