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설범식)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김씨의 기존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이날 공판에서 “최태원 회장이 (상속 과정에서 양보했던) 최재원 부회장 등을 위해 거액의 자금을 마련해주려고 김원홍씨를 통해 선물·옵션 투자를 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이날 공판에서 그는 “김 전 대표는 최 회장 형제의 형사책임을 피하기 위해 동원된 ‘바지’에 불과하다”는 검찰의 입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쏟아냈다. 지난 SK 사건 항소심 공판 막바지에 이를 무렵부터는 김 전 대표가 이 사건의 ‘심부름꾼’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한 김 전 대표는 진술을 통해 김원홍씨가 이 사건 ‘배후’ 역할을 철저히 해왔음을 드러냈다. 그는 개인스케줄 차 방문한 중국에서 김원홍씨가 어떻게 알고 만나자고 했느냐는 질문에는 “김원홍씨가 수사와 1·2심 공판 관련 자료를 모두 보고 있었기 때문에 내 스케줄도 전부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홍씨의 평소 성향에 대한 언급도 진술을 통해 나왔다. 김 전 대표는 “자금조달과 관련해서 김씨는 항상 ‘많으면 좋다’고 말하며 특별한 설명 없이 시기나 액수 등에 대한 명령을 다급히 내린다”고 진술했다. 이어 “하지만 김씨의 존재에 대해서 주변에 얘기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최 회장 형제 등이 김씨를 어떻게 대해왔는지 내비쳤다.
앞서 김씨는 최태원 회장 등과 짜고 SK그룹 주요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선물옵션 투자금 명목으로 빼돌려 운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11년 초 외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 상태였던 김씨는 대만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다.
최 회장 형제는 앞선 항소심 공판과정에서 횡령 범행은 김씨 등이 주도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김씨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달라고 요청했으나 당시 재판부는 이미 심리가 충분히 이뤄진 점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했다. 최재원 부회장은 징역 3년6월, 김준홍 전 대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김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19일에 열리며 이날은 최태원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