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오류 소송에서 패소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향해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관련학회와 현직 지리교사들까지 나서서 오류가 있다고 한 만큼 승소 가능성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으나 패소 판결이 나오자 허탈감에 빠졌다. 그러면서 오류 가능성에 제기된 직후부터 법적 대응에 이르기까지 평가원의 태도와 대처방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험생 학부모로 이번 소송에 참여한 김효선씨는 16일 법원의 판결 직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 소송결과에 대해 "모든 언론도 그렇고 학회도 그렇고 문제가 있다고 했고 1·2차 공판을 다 갔었는데 (패소판결이 나와) 너무 허탈하니까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했다. 평가원의 변호인단에는 대형 법무법인 광장 소속 6명의 변호사가 참여했고 이 중에는 가정법원장을 지낸 고위직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인 수험생을 대리해서는 변호사 1명만 참여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재판부가) 굉장히 호의적인 줄 알았는데 (패소했다)"면서 "개인적인 생각은 변호사 선임에 있어 저희가 너무나 불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김씨 자녀는 세계지리 8번 문제의 정답을 1번으로 써 틀리게 돼 3점이 깎인 47점을 받았으며 등급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내려갔다. 김씨는 "정시를 노리고 있어 1점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 자꾸 평가원에서 1등급 애들이 틀린 게 없다고 하는데 저희 애는 3점짜리 틀려서 2등급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전망에 대해는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김씨는 "몇몇 학생들은 항소를 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항소를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정시도 다 끝났고 거기에서 고등법원까지 가서 또 한다면 우리 애가 큰 상처를 더 많이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가원의 게시판에는 판결과 관련된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모씨는 "수험생을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대형로펌까지 거금을 들여 섭외한 여러분(평가원)은 초등학생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야구 방망이까지 들고 나온 중학생 양**(비속어) 패거리와 다를 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찌 보면 결론이 나 있던 싸움에도 우리는 우리의 신념을 위해 떳떳하게 싸웠고 따라서 부끄럽지 않다"면서 "3점보다도 더 큰 가치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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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모씨는 "지금까지 출제된 수능에서는 알 수 없거나 일부라도 틀린 지문은 옳은 것으로 고르지 않았는데 이번 수능만 법원에서도 명시한 '시기에 따라 옳거나 틀린 지문'을 옳은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확실한 것인가"라고 따지고는 "옳지 않은 지문으로 봐야 함으로 선택할 수 있는 답지는 없다. 교육부는 명백히 문제출제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판장에 있었다는 한 수험생은 "판결문 낭독을 하러 들어오시는 재판장님 얼굴에서 기각을 읽었고 판결문 한 장이 넘어가기 전에 확신했다"며 "그때부터 옳고 그름을 떠나서 판결을 듣고 앉은 학생들만 신경 쓰였다. 마음으로 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수많은 카메라 조명 속에서 인터뷰한 재판에 참여한 학생들, 그 뒤에서 말씀하시는 거 듣다가 집으로 가면서 눈물을 흘렸다. 지리교육과 지원하신다는 학생의 얘기는 정말 가슴 아팠다"면서 "힘내십시오. 끝이 아니다"며 격려와 응원을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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