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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원 대성 디큐브백화점 대표의 '백화점 쉼터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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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안해도 돼요, 그냥 놀러오세요"

김경원 디큐브백화점 대표

김경원 디큐브백화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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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브랜드 유치 고객잡기
-취임 1년만에 첫 현금흑자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평생 바다를 품었던 조부모는 가끔 멀쩡한 배에 밑구멍을 뚫어서 바다에 가라앉히곤 했다. 어린 손자 눈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이 배들은 새끼고기들이 자랄 때 포식자로부터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쉼터가 된단다. 그래야 다음에 잡을 고기도 있다." 조부모의 말처럼 이듬해 고기잡이는 어김없이 풍년이었다.
김경원 대성 디큐브백화점 대표는 유년기에 겪었던 일화를 꺼내며 "백화점을 쇼핑공간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놀이공간, 쉼터로 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디큐브백화점 대표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9월에는 2011년 백화점 개점 이후 처음으로 현금흑자를 냈고, 지난 여름 세일기간에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8~29% 신장했다. 다른 백화점이 한 자릿수로 매출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실적이다. 김 대표 부임 이후 방문자 수도 평균 20% 이상 증가해 주말에는 7만7000여명이 몰리는 등 하루 평균 5만5000여명씩 찾는다. 이전까지는 목표 실적을 설정해도 계획에 다다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지만 최근에서야 근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는 지난 1년간 그가 뿌린 '어초투입'의 결과다.
"우린 절대 고객한테 '쇼핑하러 오세요'라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쉬러오세요, 놀러오세요'라고 하죠. 백화점 곳곳에 의자랑 쉼터를 마련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인근의 아파트 부녀회에서 도시락 싸갖고 백화점에 마실 나올 때도 있고 10대 중고생들이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고 쉼터에서 종일 재잘거릴 때도 있다"며 "다른 백화점 같으면 야단날 일이겠지만 결국 이들이 잠재고객이 된다"고 말했다.

신도림 상권을 '철새상권'으로만 봤던 기존 편견을 과감히 깨고 '텃새상권'의 특성에 맞춰 MD를 개편한 것이 주효했다. 이전까지 신도림이라고 하면 매캐한 연기를 내뿜는 공장이 난립한 곳을 떠올렸던 게 사실. 1호선과 2호선 환승역 유동인구만 생각하고 무조건 저가, 뜨내기 고객을 위한 제품만을 구성했다. 그러나 이는 백화점 이미지를 더욱 떨어뜨릴 뿐이었다. 김 대표는 인근 지역의 주거 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고급 브랜드 유치에 힘썼다.

김 대표는 "상권분석을 한 결과 여의도에 직장을 둔 30대 젊은 부부 비중이 높았다"며 "이들을 공략해 수입 화장품 라인을 강화하고 백화점 외장제도 고급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김 대표는 디큐브백화점을 서남권 지역 내 '문화의 발상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실적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백화점 앞 공연장에서 무료 음악회 등을 할 때마다 주민 참여율이 매우 높죠. 앞으로 이런 공연들은 계속 강화해나갈 겁니다. 항상 낮은 자세로 타유통업체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강점은 더 살린다면 내년에는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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