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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힘과 거리낌 없이 두루 통하는 먹의 정신"…박대성展

최종수정 2013.11.01 10:51 기사입력 2013.11.01 10:50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불국설경. 800X25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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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는 중국, 한국, 대만에만 존재하는 오랜 회화 전통이다. 최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는 수묵화와 서예만을 모아 별도의 기획 옥션을 진행할 정도로 인기다.

지난해부터 중국에서는 40, 50대 중견작가들을 중심으로 '현대 수묵화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수묵화는 채색을 거의 쓰지 않고 먹의 농담으로 인간의 정신세계나 자연 풍경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은은한 멋과 여백, 정적이며 고요한 느낌의 화면 경영은 서양 미술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개성이다.

화우. 173X14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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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단은 일제시대 이후 수묵화를 외면하고 서양적 미술 전통과 기법을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수묵화는 명맥만 살아 있을 정도로 미약하다. 그나마 수묵화가 소산 박대성(69) 화백이 한국적 전통을 잇고 있다. 그의 '불국설경'은 한국 수묵화의 압권으로 평가한다. 8m의 장대한 화폭에 담긴 눈 덮힌 절의 모습은 치밀하면서도 대담한 필선으로 한국적 풍경과 정신세계를 펼쳐내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열리는 소산 박대성전은 대표작 외에 최 신작까지 두루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명 '원융'이다. 막힘과 거리낌이 없이 두루 통한다는 의미의 원융무애(圓融無碍)에서 따왔다. 박 화백의 수묵화는 역설이게도 가장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이 오히려 현대적으로 비춰지게 한다.

원효. 300X1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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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작품인 불국설경, 원효, 부처바위, 만월, 남산, 석파정 등을 비롯해 도완, 도자기 등을 소재로 한 '고미' 시리즈, '노매' 등의 신작을 포함, 50점을 선보인다. 박 화백은 옥판선지(玉版宣紙)에 그림을 그리기로 유명하다.

옥판선지는 빛이 희고 결 고운 중국의 전통 종이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평생 옥판선지에 글씨를 쓰기를 소원했다고 전하기도 한다. 한지와 달리 한번의 붓질로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표현이 어려운 게 특색이다. 도완을 그린 '고미' 등에는 그릇이 너무도 선명하고 생생해 마치 사진을 찍어놓은 듯 하다. 미색과 바랜 듯한 느낌은 그동안 쓰지 않던 토체(흙)와 아교를 섞은 소재에서 비롯됐다. 고미 연작은 도자기에 담긴 정신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여백과 글씨가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준다.

고미 2. 295X19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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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화백은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전쟁통에 왼팔까지 잃는 아픔을 겪었다. 고행하 듯 묵화, 고서 등을 홀로 정진하며 실경 산수의 계보를 이어왔다. 지금도 그는 고대 원시인들의 암각화로부터 상형문자, 갑골문자까지 여러 글씨의 형상을 공부하며 날마다 서예를 정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주에서 독거생활하며 간혹 화문기행을 일삼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는 박 화백의 기존 작품세계 뿐만 아니라 변화된 모습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한편 내년 가을에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에 그의 이름을 내건 시립미술관이 문을 연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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