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국 은행들의 단기 자금 조달 창구인 환매조건부 채권(레포) 시장의 거래량이 최근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레포 시장 위축이 정부, 가계,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금융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각종 규제 때문에 국채에서부터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 채권까지 거래되는 채권 거래의 핵심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포 거래 35% 급감..비용부담 증가 우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지난달 레포 시장 하루 거래량은 4조6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레포 시장 거래량이 절정에 이르렀던 2008년 1분기의 7조200억달러에 비해 35% 감소한 것이다.


당국이 요구하고 있는 자본 수준을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부채를 줄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레포 시장 거래도 줄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레포 거래를 국채, 회사채, 모기지담보채권(MBS) 등에 대한 투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레포 거래의 일례로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머니마켓펀드(MMF)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은행의 딜러들은 레포 거래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률을 높인다. MMF는 레포 시장의 주요 유동성 공급원이다. 은행들이 레포 거래의 담보로 미 국채나 모기지 채권을 많이 활용하는 만큼 레포시장 위축은 이들 채권 시장의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레포 시장의 유동성 감소 정도가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유동성 감소는 레포 거래에서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 간의 가격 격차 확대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은 여러 경제주체의 비용 부담으로 연결되는 만큼 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레포 거래의 매도와 매수 호가 간의 격차는 리먼 브러더스 붕괴 전보다 두 배로 확대됐다.


금융 컨설팅 회사 파이나티움의 조쉬 갤퍼 사장은 "레포 시장은 금융 시장에서 윤활유나 마찬가지"라며 "레포 시장 위축은 특히 국채 시장의 유동성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조달 비용의 상승을 유발할 것이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높아지고 안정성은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크 확대' 레포는 규제 대상=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 입장에서는 레포나 MMF 모두 그림자 금융의 일종으로 규제 대상이다. 이들 시장의 유동성 확대는 레버리지가 커진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리스크 확대를 뜻한다. 이 때문에 당국은 각종 규제는 물론 역환매 조건부 채권을 통해 레포 시장의 유동성을 줄이려 하고 있다.


미 금융 당국은 지난달에도 바젤위원회가 2010년 승인한 것보다 강력한 수준의 자기자본 규정을 도입키로 합의했다. 최근 레포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바클레이스는 지난달 마련된 새로운 규정이 도입되면 레포 시장 규모가 추가적으로 10% 가량 줄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에서도 감독 당국의 자본 강화 규정 때문에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이체 애셋앤웰스 매니지먼트의 유럽 채권 부문 공동 대표인 스테판 크루즈캄프는 "위기 이전에는 2000만유로의 자금을 단 1~2분이면 조달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2시간은 걸린다"고 말했다.


◆채권 손실도 레포 감소 요인..금융거래세 변수= 당국의 규제 강화 뿐 아니라 채권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레포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규제도 강화되고 있고 손실도 발생하면서 은행들은 레포 거래에서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채권 보유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채권 지수에 따르면 5월과 6월 채권 손실률은 2.9%에 이른다. 이는 2개월 기준으로 1997년 이후 지수 도입 이후 최대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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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금융거래세 도입도 변수다. 금융거래세 도입에 합의한 11개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주식과 채권 거래에는 0.1%, 파생상품에 0.01%의 거래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영국 레딩 대학 국제자본시장협회센터의 리처드 코모토 선임 펠로우는 현재 합의된대로 금융거래세가 부과되면 유럽 레포 시장은 끝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규제는 가치가 있고 이미 도입됐어야 할 제도들이지만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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