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마포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숨막힌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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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미국)=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미국비자 있지? 12시30분까지 인천공항에 갈수 있겠냐?"


데스크의 질문에 시계부터 봤다. 오전 11시 40분. 마포에서 출발하면 빠듯한 시간이다.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네. 갈 수 있습니다." 대답과 즉시, 방구석에 놓은 큰가방에 노트북과 여권, 옷 한벌과 속옷 한세트를 던져 넣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몇 분, 더 챙길 여유는 없었다. 하루 만에 오든 한 달을 있든 짐은 이걸로 끝. 덜 마른 머리를 잘끈 묶고 그대로 집을 뛰어나갔다.
이름 석자뒤에 기자라는 명함을 단 뒤 인천공항을 가는 횟수는 꽤 늘었다. 하지만 이토록 공항 가는 길이 멀기만 했던 건 이날이 처음이었을거다.

북인천IC에 들어서며 택시기사님께 "더 빨리요"를 외치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간 뉴스영상으로 본 산산조각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영상이 떠올랐다.
"쉽진 않겠구나." 중얼거렸다. 지금도 사망자는 늘어날 수도 있다. 내가 이런데 가족들의 마음을 얼마나 더 타들어갈까.


한 달 전 쯤에 뵀던, 고향에 계신 어머니 얼굴이 순간 오버랩됐다. 부랴부랴 달려간 특별기탑승게이트에는 취재진 40여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예상보다 30분이 지나서야 비행기가 이륙했다. 자리는 텅 비었다. 정부에서 파견한 사고 조사 위원회관계자들과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취재진 등 60명도 안되는 규모였다.


수첩을 꺼내 취재 목록을 적기 시작했다. 사고사 가족, 병원, 미국교통안전위원회(NTSB), 아시아나항공.


하지만 10시간의 비행을 거쳐 도착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사고조사위원회가 회의를 진행하는 호텔은 기자들의 출입이 제한됐다. 가장 많은 중환자들이 입원해있다는 샌프란시스코 제너럴병원에도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 한동만 총영사는 "나 외에 면회가 가능한 사람이 거의 없어 계속 병원을 돌고 있다"며 "개인정도 등에 대해서는 나도 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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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와 아시아나항공, 사고조사위 모두 NTSB의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침묵을 지키는 까닭에 공항구석에 앉아 NTSB의 브리핑만 마냥 기다리게 됐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한국 국적 탑승객인 77명 중 생명 위독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점이다. 이날 2시 기준으로 입원한 한국국적 환자 8명, 11명은 같은 날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편으로 한국으로 이미 돌아갔다. 비행기를 탈출하며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한국인을 위한 현지 교민들의 도움도 잇따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미국)=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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