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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유는 전사자의 피와 남은 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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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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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자유는 전사자의 피와 남은 자의 눈물로 이루어진다. 이번 국립대전현충원 호국철도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김노한 옹은 63년 전 미카 3형 171호를 모는 기관사로 뜨거웠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동료의 묘역에 참배하며 눈물을 지었다.

김 옹은 경북 경주에서 충북 제천까지 열차수송작전을 펼쳤던 철도참전용사로 개관식에서 참전수기와 당시 작업복을 공개했다.
1950년 7월 30일 밤 안동 옹천역, 군 지휘부에서 “30분 안에 공병대원 20명과 폭약인 TNT(Tri-Nitro Toluene) 50상자를 싣고 출동하라”는 갑작스런 명령을 내렸다. 그는 깜짝 놀라 “기관차에는 위험물질인 TNT를 실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휘관은 내 가슴에 권총을 겨누고 “너 하나 때문에 전쟁에서 져도 되겠느냐?”고 말했다.

작전명령은 옹천~평은 간 내성천에 있는 높이 15m, 길이 120m의 철교를 폭파하라는 내용이었다. 북한군이 철도를 이용해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한 작전이었다. 철교까지 가려면 2.75km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그 속에서 기관차가 내뿜는 화염온도가 500도 이상까지 올라간다. 만약 불꽃이 TNT에 튀면 기관차승무원 3명과 공병대원 20명이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또 남침 중인 적군을 막지 못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숨 막힐 정도의 정신적 고통이 따랐다.
서행운전을 하여 터널을 빠져나오고 급히 대원들이 TNT를 다리에 설치했다. 금방이라도 적들이 나타나 총을 쏴댈 것 같았다. 도화선에 불을 붙이자마자 기관차를 몰아 다리를 벗어났다. 7~8분이 지나자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들렸다. 다리가 폭파된 것이다. 동행했던 기관차승무원과 공병대원들의 공로는 하늘과 땅이 알뿐이다.

한번은 안정역을 거쳐 영주역에 도착하게 되었다. 영주역은 적의 포탄공격으로 수많은 부상자가 생겨 지옥이 되었다. 여기저기 살려달라는 부상병들을 두고 갈 수 없어 30여명의 중상자를 실었다. 피투성이가 된 군인들을 가슴에 안고 열차에 태울 때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문수역을 향해 서행운전으로 가던 중 앞서 문수역을 출발한 병원열차가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시행한 작전에서 귀중한 인명을 구하고 군수품 적재열차도 무사히 끌고 오는 데 성공하여 한국철도 역사에 기록될만한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7월3일, 코레일이 병력과 군수물자수송에 썼던 증기기관차 미카 3형 129호와 연료차, 3등 객차 2량을 전시했다. 이 기관차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415호로 현충원에 전시돼 일반인에게 첫 공개되었다. 기관차는 1950년 6.25전쟁 때 미군 제24사단장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참여했다.

코레일이 올해 5월30일에는 객차 2량을 활용, 호국관과 역사관을 만들었다. 호국관에는 철도영웅들의 비망록, 추모의 벽 등을 조성했으며 ‘딘 소장 열차구출작전’에 참여했던 김재현 기관사와 철도참전용사 들의 사진, 작업복, 6.25전쟁에 관련된 영상 등이 최초로 공개됐다. 역사관에는 한국철도의 발자취, 가볼만한 철도역 등 철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6.25전쟁 때 2만 여명의 철도인이 조국수호의 일념으로 군사수송작전에 참여해 287명이 순직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호국철도기념관을 찾아 나라를 위해 헌신한 철도영웅들의 숭고한 넋을 추모하고 나라사랑정신을 함양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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