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여의도 접선' 몸달았다
"정무위·환노위 담당 보좌관을 설득하라" 특명
대외업무 담당자들 매주 수차례씩 의원실 찾아 하소연
보좌진들 "18대 국회때보다 5배 늘어...업무 못볼 지경"
#1. 새누리당 중진의원의 보좌관이었던 A씨는 최근 대기업으로 이동했다. 부장급 대우를 약속받고 이직한 것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에게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는 대외업무다. 직장을 옮긴 A씨는 여전히 의원회관 인근을 배회하고 있다.
#2. 한 초선의원의 보좌관은 최근 의원실 선배 B씨로부터 시달리고 있다. 의원회관에서 막역한 사이로 지낸 B씨가 기업으로 옮긴 뒤 계속 만나자고 연락이 오는 것이다. 통상 기업 담당자들이 만나자고 하면 오해를 받을까봐 거절해오던 터였다. 그는 무슨 얘기를 할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식사에 응했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6월 임시국회 입법전쟁을 앞두고 대기업의 입법로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업들은 국회의 경제민주화 바람에 노심초사하며 대외업무 강화에 나섰다. 과거에는 특정 연고지나 학맥을 가진 직원에게 대외업무를 맡겼지만 최근에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나 의원회관에서 발이 넓은 보좌관 등을 발탁하는 경우가 잦다. 19대 국회 들어 보좌관에게 문전박대 당하는 등 대기업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외업무 담당자는 정부, 국회 등에서 경영 환경과 관련한 입법과 행정절차를 진행할 경우 진행상황, 경위 등을 파악하고 기업의 입장을 전달한다. 이들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일부 의원을 상대로 옹호 논리를 설파하고 수치·통계 등의 근거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과거 대외업무는 정부부처와 청와대가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국회에 집중되고 있다.
대외업무 담당자들의 주된 대상은 기업생태계를 좌우하는 정무위원회, 노동관계법을 담당하는 환경노동위원회, 각종 법안에 마지막 저지선으로 볼 수 있는 법제사법위원회 등이다. 이들은 매주 수차례씩 해당 의원실을 찾아 설득 작업을 벌인다. 국회 정무위원회를 담당하는 한 비서관은 "대외업무 담당자들이 최근 들어 의원회관을 찾거나 휴대전화로 연락 오는 횟수가 부쩍 늘어 업무에 집중을 못하고 있다"며 "18대 국회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대외업무 담당자들의 주된 대상도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환노위보다 정무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노사협약에 따라 시간외근무 수당을 높게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통상임금 문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물류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등의 거래가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6000억원 규모의 일감을 중소기업에 넘기기로 한 것을 홍보하며 기업의 자발성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삼성그룹 또한 정무위 의원실 보좌진과 집중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보험·증권·카드업계로 확대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가 많은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그룹사 전체의 순환출자 구조가 깨질 수 있는 처지다. 이 때문에 의원실 담당자들을 만나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비제조업 분야의 기업들은 통상임금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환노위 소속 의원실을 주로 찾는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시간외수당이나 휴일수당, 퇴직금 등이 올라 인건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는 상황에서 정치이슈화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통신 3사는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할당 문제를 두고 여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을 전방위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주파수 정책 권한은 미래부가 갖고 있지만, 미래부를 소관부처로 하는 미방위원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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