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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행복한 젖소가 건강한 우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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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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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일 때문에 삶의 균형이 깨진 사람이 많다. '워커홀릭'이니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이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그래서 일과 삶의 균형, 즉 'Work & Life Balance'에 대한 개인이나 기업의 관심이 높다.

그런데 '일과 삶의 균형'이란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삶을 단순히 가정이나 개인으로 바꿔놓기 쉬운데, '일과 가정의 균형'이나 '일과 개인의 균형'과 같은 표현은 삶을 너무 단순화한 말이다.
게다가 '일과 삶의 균형'을 얘기할 때 사람들은 양팔저울을 연상한다. 한쪽에는 일(직장)을 놓고 반대쪽에 삶(개인 또는 가정)을 놓는 식이다. 하지만 양팔저울의 원리에서 수평을 유지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조금만 무게를 더해도 한쪽으로 확 기울어지기 십상이다. '일과 삶의 균형'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일과 삶(개인ㆍ가정)을 양분해 똑같이 맞추길 연상시키는 '일과 삶의 균형'이란 말보다는 '균형 잡힌 삶' 정도의 표현이 적당해 보인다.

'균형 잡힌 삶'의 의미는 인생에 필요한 중요한 문제에 적절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일에만 몰입하다가 건강이 상하고, 부부관계가 파괴되고, 미래 대비도 못하고, 정신 상태는 피폐해지고, 꿈과 목표를 잃어버린다면 인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인생은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심리학자 메이어는 건강, 일이나 취미, 재산, 가정, 정신, 자아실현이라는 6가지가 균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고 했다. 매슬로라는 심리학자는 욕구 5단계 이론에서 아래에서 윗단계로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정립했다.
'균형 있는 삶'은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릴 문제가 아니다. 최근 '갑의 몰락' '을의 반격'이라는 말이 둑 터지듯 나오고 있다. 오로지 실적 지상주의를 강요하는 기업 분위기, 거래나 직위상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임원이나 간부로 있는 조직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균형 잡힌 삶'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필자가 만난 한 기업 임원은 매일 아침 7시 회장, 사장이 참여하는 회의를 6개월째 하고 있다고 한다. 임원이 되어 차도 나오고, 월급도 많아졌지만 하루하루 삶이 너무나 힘들다고 말한다. 가끔씩 회장이 임원들에게 "임원이 된 사람은 자기 인생 전체를 회사를 위해 바쳐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때마다 '내가 이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진단다.

경영자가 월급을 주는 건 맞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거저 주는 게 아니다. 직원들은 일을 하고 대가를 받는 것인데 기업을 위해 개인의 삶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건 심한 얘기다. 직원은 회사를 위해 헌신해야 할 구성원이 맞지만 동시에 개인으로서는 삶의 주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과도한 희생을 대가로 얻는 기업의 성과는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일하기 좋은 직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하는데 구글 등 100대 기업에 선정된 기업들은 성과도 매우 높고 직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13년째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1~3위에 선정된 새스(SAS)인스티튜트의 짐 굿나잇 회장은 "행복한 젖소가 건강한 우유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 말은 '균형 잡힌 삶'을 사는 행복한 직원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경영자들이여! 직원들에게 자기를 돌아볼 여유를 주자. 직원들에게 가정을 돌볼 여유를 주자. 물론 직원들의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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