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명재 기자] '바이블 스토리'는 제목 그대로 성경에 대한 이야기, 만화로 그린 성경 이야기다. 성경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이며, 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읽고 있는 책일 텐데, 성경에 대해 또 어떤 새로운 얘기를 할 게 있을까.


그러나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신선하다. 첫째는 만화라는 수단이 갖고 있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성경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으로 성경의 핵심 주제들까지 놓치지 않고 펼쳐 보인다는 점이다. "하나님의 화장기 없는 얼굴, 민낯을 엿보기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환영할 책이다.

을지로와 테헤란로 거리에서 배회하고 방황하는 상처 입은 현대인들과 대화가 가능할 것 같은 하나님처럼 다가온다(김회권 숭실대 교목실장)"는 추천의 말처럼 이 책은 성경의 인물들을 제각각 특징 있는 캐릭터로 살려내고 있다.


두번 째는 저자 자신이 매우 흥미로운 사람이라는 점이다. 글을 쓴 장 피에르 레비와 그림을 그린 장 피에르 프티는 실은 같은 사람이다. 장 피에르 프티는 프랑스의 유명한 천체물리학자로서 천문학과 물리학의 새로운 분야들을 개척한 인물이다. 수학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특히 자신의 전문 분야 연구 외에도 '경계 없는 지식'이라는 비영리 재단을 만들어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 UFO와 외계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저술로도 유명하다.


'르네상스적인' 전방위적 과학자라고 할 수 있는데, 더욱이 만화를 그리는 과학자라는 것이 특히 눈길을 끈다. 그림 그리기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그는 만화라는 대중적인 형식을 통해 복잡한 과학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내면서 1970년대부터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그가 성경을 만화로 그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의 관심이 전방위적이어서만은 아니다. 실은 그의 두 개의 이름에 그 배경이 숨어 있다. 글을 쓴 '레비'는 유대 성이고, 그림을 그린'프티'는 프랑스 성이다.


가톨릭 환경에서 성장해 온 저자는 어느 날 자신이 유대계임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깊이 고민하게 되는데, 이는 그를 민족의 문제와 함께 유대교, 그리스도교 및 이슬람의 종교 문제, 그리고 그 기저에 있는 성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었다. 중년 이후 저자는 성경을 면밀히 읽기 시작했고,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도 없이 성경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성경이라는 책이 그 역사와 중요성, 그리고 그 명성에 비해 신자를 포함한 일반 대중들에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자신의 재능을 한껏 살려 성경을 쉽게 제시하고자 했다. 읽기 쉬우면서도 성경 전체의 핵심을 놓치지 않고 통찰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저자는 그래서 바로 이 책을 내놓게 된 것이다.


저자가 굳이 글/장 피에르 레비, 그림/장 피에르 프티라고 한 것은 종교ㆍ역사적 전통이 다른 자기 안의 두 존재를 찾고 이해하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저자가 두 개의 이름을 쓴 것은 저자 개인의 그런 의도를 넘어서 어쩌면 성경 자체가 갖고 있는 양면성을 드러내는 것으로도 보인다. 성경이라는 책은 신앙서이며 고전이고, 성경이 전하는 이야기는 역사이자 신화이며, 성경을 읽는 것은 경건한 믿음이자 독단적 광신에 빠질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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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렇기에 우리가 더욱 성경을 좀 더 많이 읽고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른다. 즉 성경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는 기독교인을 넘어서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교양이며, 성경을 이해하는 것은 하나의 종교를 넘어선 인류의 역사에 대한 이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성경의 세계로 들어가는 '유쾌한 입문서로서 권할 만한 책이다.


이명재 기자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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