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지적장애 성폭행20대, 피해자 항거불능 인정 안돼”
항거불능 인정하려면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못할 정도여야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준강간죄를 인정하기 위한 항거불능 상태의 정신장애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에대한준강간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채모(2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2년 및 5년간 신상공개·고지 등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은 “정신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정신장애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단순한 지적장애 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증명되고, 피고인도 이를 인식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이어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채씨가 이를 인식하고 이용해 간음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성행위와 임신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성관계를 전제로 한 만남 제안을 여러번 완곡하게 거절한 사실, 부모를 떠나 홀로 자취하며 대학생활을 한 사실에 비춰보면 일상생활에서 어느 정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
채씨는 2011년 3월 온라인게임 채팅으로 알게 된 지적장애 3급 A(24·여)씨 집에서 A씨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2차례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검찰은 채씨의 수차례 욕설에도 A씨가 다시 연락해온 점, 영상통화로 알몸을 보여달라는 요구에도 A씨가 쉽게 응한 점 등에 비춰 채씨가 A씨의 지적장애를 알고 이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채씨는 “A씨에게 장애가 있는 줄 몰랐던 데다, 당시 자신은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1·2심은 그러나 “A씨의 정신 장애 상태를 이용해 자신의 부당한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불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모두 채씨에 대해 유죄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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