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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정의 현장에서] "누더기코스에서 개막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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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코스가 왜 이래?"

티 샷한 공이 정확하게 날아갔는데 막상 공이 놓인 자리는 대부분 디봇이다. 타이거 우즈 조차 "골프에서 가장 불합리한 부분"이라는 지적과 함께 일각에서는 규칙 개정의 필요성까지 논의됐지만 아직은 놓인 자리 그대로 플레이해야 한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이 1년의 절반을 휴장하면서 "단 1개의 디봇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코스관리에 공을 들이는 까닭이다.

오거스타내셔널만큼은 아니더라도 공식 프로골프대회를 개최하는 격전지라면 당연히 최적의 코스 상태를 만드는 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마스터스와 같은 기간 국내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3시즌의 사실상 개막전 롯데마트여자오픈의 개최지 제주도 롯데스카이힐제주골프장(파72ㆍ6238야드)은 이런 점에서 낙제점이다.

페어웨이 IP지점은 첫날부터 '디봇 천국'이었다. 선수들의 플레이로 생긴 자국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멀리서 보거나 중계 화면에서는 페어웨이가 얼룩덜룩하기는 했지만 녹색 양탄자처럼 문제없어 보였다. 실제 코스는 그러나 녹색을 입힌 모래로 덮어놓은 상태였다. 가까이서 보면 '누더기'일 정도다.
국내 대회에서는 사실 골프장측이 TV중계화면을 의식해 이 같은 편법을 쓰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심해도 너무 심했다. 러프 지역까지 녹색 모래가 뒤덮였다. 강풍에 '위장용 모래(?)가 흩날리면서 제주 특유의 검은색 현무암은 이끼가 낀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선수들은 공이 디봇에서 벙커 샷도, 맨땅 샷도 아닌 난감한 플레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선수들에게는 강풍과의 전쟁도 괴로웠다. 이 대회는 당초 스카이힐김해골프장으로 예정됐다가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이유 없이 제주도로 변경됐다. 이 시기의 제주 강풍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1라운드에서는 몸을 가누기도 힘든 초속 5.4m의 바람 때문에 결국 언더파 스코어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88타 이상을 친 2명은 KLPGA 규정에 따라 자동 탈락해 2라운드에도 나가지 못했다. 이성운(24) 등 6명은 아예 기권했다.

바람도 맨땅도 모두 골프경기의 일부분이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마스터스처럼 대회의 명성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바람이 없는 계열사 골프장이 있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코스관리라도 철저히 준비해야 했다. 롯데마트여자오픈은 결국 개막전의 영예는커녕 첫 대회부터 반쪽 대회로 전락했다는 오명만 뒤집어쓰게 됐다.





제주=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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