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샨샨이 중국인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그것도 메이저 우승을 일궈내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위기와 맞물려 중국 골프 역시 28년 만에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시점이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단기간 급성장했던 골프산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평샨샨의 우승을 계기로 골프산업은 물론 선수 육성까지 지원할 명분을 마련했다.
그렇다면 골프역사 100년이 넘는 한국은 어떤가. 한국골프의 메카는 당연히 대한골프협회(KGA)다. 골프단체 맨 위 꼭짓점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골프장에서도 회비를 걷는 등 재원도 풍부하다. 하지만 KGA가 내놓은 통계는 2007년 얄팍한 '한국골프지표' 이후 전무하다. KGA가 주관하는 대회 소식 등을 싣던 협회보조차 지난해 여름호가 마지막이었다.
한국은 현재 LPGA투어에서 매 대회 출전자의 4분의 1이 넘는 선수들이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역시 최경주와 양용은에 이어 노승열과 배상문 등 매년 대형 루키들이 진입하고 있다. 일본 여자골프는 올 시즌 대회 절반 이상의 우승컵을 쓸어왔다. 이쯤 되면 골프는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국가 위상을 높이는데도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기사 KGA에서 주최하는 매경오픈의 라이브 스코어에 오류가 나자 조속한 문제 해결은커녕 "하청업체의 실수"라며 '남 탓'으로 돌리는 KGA가 한국골프 발전의 근간이 되는 이런 일을 추진할 능력이나 있는 지도 의문이다. 지난 2월 허광수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한국골프의 중심에서 무궁한 발전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선언했지만 조직은 여전히 관료적이고, 소극적이다.
지난해 말 한국의 LPGA투어 100승을 축하한다는 의미의 '대한민국 골프비전 선포식'을 성대하게 여는 걸 보면 '젯밥'에는 관심이 있어 보인다. 비전 선포도 없었지만 2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결과적으로 거액의 돈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받은 행사였다. KGA는 한국 골프의 모태다. 실속 없이 요란한 잔치를 치르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한국 골프가 거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비축할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해야 한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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